“생산·투자·고용·수출 모두 불안”

2020-01-13     이성민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집권 3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는 생산·투자·고용에서 경제문제의 해결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수출 분야에서도 불투명한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들어 정부가 꺼내든 화두어는 ‘경제활력’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경제를 35차례, 성장을 29차례나 거듭 강조하며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외쳤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3%대는 커녕 2% 중후반대 유지도 버겁기만 하고, 내수 부진에 수출까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세계경제마저 둔화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경제는 여전히 안갯 속을 걷고 있다.

KDI, 韓 경제 내수부진·수출위축 지속

1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KDI 경제동향 1월호’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수출도 위축되는 등 경기 둔화 추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소매판매액 증가폭이 미미한 가운데 소비자심리지수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하며 관련 선행지수도 부진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수출여건도 악화된다는 점 역시 한국경제의 위협요소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 산업 생산의 경우, 광공업 생산과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전월(6.9%)보다 낮은 0.2%의 증가율을 기록했을 뿐이다. 공업 생산에서 반도체 생산이 양호한 흐름을 지속했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증가폭이 축소돼 전월(10.9%)보다 낮은 0.1%의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액은 9~10월 평균(2.8%)보다 낮은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96.0)에 이어 기준치(100)를 하회한 97.2를 기록한 정도다.

투자도 내리막길

설비투자도 내리막길을 보였다. 11월 설비투자지수는 기계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전월의 일시적 상승에서 하락으로 전환됐다. 9월 마이너스 19.2%에서 10월 9.4%로 반짝 상승했지만, 11월 들어 마이너스 10%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12월 자본재 수입액의 감소세도 확대돼 설비투자 관련 선행지표는 향후 설비투자의 지속된 부진을 예고하고 있다. 건설투자 역시 위태롭다. 11월 건설기성 역시 9~10월 마이너스 10.4%에 이어 마이너스 10.6%로 나타나 감소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믿었던 ‘반도체’ 마저 불안...수출 버겁다

수출 역시 버겁기만 하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요 품목에서 감소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12월 수출의 경우만 봐도, 전반적으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전월(4.1%)의 증가에서 마이너스 1.2%의 감소로 전환됐다.
삼성전자
이런 상황에서 문제는 올해 반도체 시장의 호황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반도체’를 꼽은 바 있다. 지난해 최고조에 올랐다고 평가되는 반도체 업황이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곧바로 우리 경제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11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불확실성 요인으로 미·중 무역갈등과 반도체 업황 등을 지목했다. 그린북은 지난해 9월까지 10개월 연속 ‘회복세’라는 표현을 넣었지만, 10월부터는 4개월 연속 회복세라는 판단이 빠졌다. 전반적인 경제 진단은 전달과 유사하지만 불확실성 요인에 ‘반도체 업황’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그린북에 특정 산업이 불확실성 요인으로 지목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자리

취업자 줄고 실업자 늘고

고용문제 해결 역시 난감하다. 지난해 12월 취업자는 3만4000명 증가에 그쳤고 지난해 연간으로는 9만7000명밖에 늘지 않았다. 연간 취업자 수는 2017년의 3분의1 수준으로, 2009년 이후 최저다. 아울러 지난해 실업자 107만3000명 중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실업자 수(장기실업자)는 15만4000명에 달한다. 경제의 허리 세대인 40대의 지난해 고용률은 79.0%로 전년보다 0.4% 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2009년(-0.8% 포인트)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셈이다. 생산‧투자‧고용지표에 먹구름이 낀 상황에서 수출시장의 확실성마저 확보할 수 없는 게 한국경제의 현주소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KDI 관계자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부의 방향성에는 공감이 간다”면서도 “다만 2년 동안 재정투입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경제를 성장시키지 못한 정부가, 똑같은 방법으로 다시 한번 경제활력을 외친다면 답은 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