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임금 근로자가 사라지고 있다”
2020-01-15 이성민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고임금과 저임금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중간 수준의 임금을 주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노동시장 양극화 현상이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은행은 ‘미국의 노동시장 양극화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노동시장 양극화는 산업 및 인구구조가 유사한 대부분 선진국에서 공통되게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나더라도 아주 낮은 임금의 일자리나 아주 높은 임금의 일자리가 늘어날 뿐 적당한 수준의 ‘중임금’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실업률은 최근 50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임금 상승률은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도 이같은 노동시장의 양극화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
결국 근로자들의 소득 양극화는 경기가 좋아지고 고용이 늘어나도 더 커질 수밖에 없으며, 이런 현상에 대한 대책을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고민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고임금과 저임금은 늘어나고 중임금이 감소하는 것은 미국에서만 독특하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 산업구조와 인구구조가 비슷한 전 세계 모든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기술 발달에 따른 필연적 현상(?)
고임금과 저임금 일자리만 늘어나는 이유는 명쾌하고 간단하다. 기계나 컴퓨터가 사람의 일을 계속 대체하고 있는데 고임금 근로자의 복잡한 업무는 일이 복잡하다.
이에 따라 기계나 컴퓨터가 대체하기 어렵고 저임금 일자리는 굳이 대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고령화에 따라 의료와 요양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고 의료와 요양 서비스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많아진 것도 임금 양극화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의료와 요양서비스는 의사 같은 고임금 직종과 세탁 청소 등 단순한 업무를 하는 저임금 근로자만 필요한, 그 자체가 대단히 양극화된 일자리 분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육체노동을 하는 블루칼라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임금의 차이가 계속 커지고 있다. 실제로 고압 케이블 작업공은 하루 일당이 32만원 이지만 일반 인부나 보통 기계 운전사는 12만원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알지만, 해결 방법은 ‘막연’
우리에게는 현상의 원인 분석보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필요하다. 이같은 문제가 제기될 때 필수불가결한 대안은 ‘교육’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저임금 근로자들이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면 재교육을 통해 기능을 습득해야 한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가치가 언제든 제로(0)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언제든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른 서비스를 숙련도 높게 제공해야 하는데 말은 쉬우나 실제로는 어려운 일이다.
이런 양극화 또는 일자리 감소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제시되는 또 다른 아이디어는 ‘기본소득’이다.
기계와 컴퓨터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니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 많아지는데 그들에게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존재의 대가’로 최소한의 생활비를 나눠주자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 자체는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의 수준이 어느 정도여야 하느냐의 결정이 어려운 문제이다.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면 기본소득으로서의 의미가 없고, 의미 있는 수준의 소득이 지급되면 근로를 포기하고 기본소득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광래 한은 조사역은 “디지털 혁신 등 산업 구조 변화가 임금 불균형 심화로 나타나지 않도록 양질의 중간숙련 일자리 창출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우 한은 과장도 “저임금 취업자에 대한 기술 교육 지원 등으로 중임금·고임금 일자리로 원활한 이동을 지원하는 한편 사회안전망 보강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