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늘어나는 상장폐지...올해는 더 늘 듯
2020-01-28 윤인주 기자
[파이낸셜리뷰=윤인주 기자] 해가 갈수록 증시에서 퇴출되는 이른바 ‘상장폐지’ 종목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10월은 국내 주식 투자자에게 잊을 수 없는 악몽으로 남았다. 코스피 지수가 폭락한 데 이어 무려 11개 종목이 상장 폐지됐다.
비적정 감사의견으로 상장폐지되는 기업이 꾸준히 증가할수록 회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돼 올해도 상장폐지 종목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상장폐지 종목, 무려 38곳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피 시장에서 4곳, 코스닥 시장에서 34곳 등 총 38곳이 상장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종목은 모두 29곳으로 조사됐다. 또 코스닥 시장에서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23개 기업 가운데 15곳이 심사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10월 11개 회사가 무더기로 상장폐지 되면서 8만여명의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시가총액 6000억원이 공중분해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상장폐지 결정 후 정리매매가 진행됨에 따라 주가가 90% 넘게 폭락한 영향이다.
일부 종목은 폐지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나기도
일부 종목은 상장폐지 직전까지 갔다가 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심사를 통해 다시 부활한 경우도 있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감마누, 모다, 에프티이앤이, 파티게임즈 등은 지난해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지만 법원의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에 따라 상장폐지 절차가 중단됐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 MP그룹 등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기업심사위원회 논의까지 갔으나 최종적으로 상장 유지가 결정돼 상장페지 기로에서 되살아나기도 했다.
갈수록 엄격해지는 회계 심사
금융당국은 ▲정기보고서 미제출 ▲감사인 의견 미달 ▲자본잠식 ▲주식분산 미달 ▲거래량 미달 ▲지배구조 미달 ▲공시의무 위반 ▲주가/시가총액 미달 ▲회생절차 파산신청 ▲기타 즉시퇴출 사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등을 주요 상장폐지 사유로 내세우고 있다.
이달 들어 12월 결산법인의 2018 회계연도 감사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상장사 2230개사의 98.3%인 2191개사가 12월 결산법인으로 2~3월 회계감사를 받고 3월 말 정기주주총회 일주일 전까지 보고해야 한다.
특히, 신 외부감사법이 도입되는 등 매해 회계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어 기업과 회계법인 간 마찰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적정(거절, 감사범위 제한 등) 감사의견으로 상장폐지 되는 기업 수는 2016년 6곳, 2017년 10곳, 2018년 17곳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삼지회계법인 김정훈 회계사는 “2015년 대우조선해양,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등 회계 이슈가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어 회계법인 입장에서도 꼼꼼히 보겠다는 분위기가 강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올해 시행되는 신외감법...상장폐지 공포 가속
올해부터 적용되는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으로 회계감사가 더욱 엄격해질 것이란 전망과 의견거절을 받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로 인한 상장폐지 기업이 30여 곳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신외감법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감사 시간이 50% 이상 늘어나는 표준감사시간이 자산 2조원 이상만 해당한다는 점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대상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00개사, 비상장사 32개사 등 132개사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대상 기업들 또한 감사 시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다.
때문에 상장폐지 공포는 더욱 가속화 되는 양상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영업손실이 4년 연속이면 관리종목 지정대상이 되며 손실이 나면 5년 연속이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종목은 쌍용정보통신, 코렌, 에스마크, 바이오 제네틱스, 코디, 한국 정밀기계, 리켐 등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사에게 상장폐지는 터부시 되는 표현”이라면서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엄격한 잣대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