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국은행이 비트코인을 발행한다면?
2020-02-07 서성일 기자
CBDC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이 작성한 보고서들은 암호화폐 무정부주의자, 탁상공론을 일삼는 블록체인 경제학자들, 심지어는 지난해 말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밀레니얼 세대까지 모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과 장점을 분석했다. 다만 새로운 결제 방식이 나온다고 곧바로 소비자들이 이를 채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 연구 결과의 중론이다. 뿐만 아니라 나라마다 현금, 신용카드, 핸드폰 결제 등 결제 방식이 다양한 만큼 익명성, 수수료, 이자 지급 등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도 다양하다. 결국, 새로운 디지털 결제 방식도 기존에 현금이 쓰이는 방식을 바탕으로 개발,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기술은 분명 멋지지만, 기술이 채택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지 못해서 실패한 결제 혁신 사례는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세계 8번째 경제대국 브라질의 사례
CBDC가 대규모로 성공하려면 특정 국가 내 소비자들의 요구와 결제 습관, 선호도를 고려해야 한다. 그 후 개별 맞춤형 설계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최근 캐나다 경제학자인 JP 코닝은 R3(월스트리트 블록체인 연합(WSBA)이 금융사 위주의 협력사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에 제출한 연구 보고서에서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브라질 중앙은행이 CBDC를 발행하면 어떤 모습일지를 예측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 시장의 특징을 위주로 분석했지만, 중앙은행이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기관이 내려야 하는 제도 설계에 관한 결정 대부분은 다른 국가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JP는 보고서 초반에 CBDC가 무기명 형식이어야 할지 아니면 계좌 기반이어야 할지, 물리적인 현금처럼 개인이 소유할 수 있게 해야 할지, 거래에 신원이 기록되어야 할지(기록된다면 어느 수준까지 기록되어야 할지), CBDC가 이자를 지급해야 할지 아닐지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각기 다른 방식의 장단점을 고찰했다. JP는 CBDC를 현금과 같은 무기명 디지털 도구, 중앙은행 계좌, 혹은 현금과 계좌의 특성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형식의 접근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한은, 중앙은행이 CBDC 발행시 금융안정 저해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이 CBDC를 발행하게 되면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CBDC가 요구불예금을 대체하게 되면서 상업은행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