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국민연금에 대처하는 남양유업의 자세

2020-02-08     이성민 기자
출처=국민연금공단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이어 남양유업에 ‘스튜어드쉽 코드’를 적용하겠다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다른 상장사들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배당정책을 고수한 것에 대한 국민연금의 공격이라는 지적과 함께 최근 불거진 남양유업의 ‘갑질’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오너 일가 지분이 회사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국민연금의 의도대로 통과되기에는 녹록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 남양유업에 ‘주주권 발동’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지난 7일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를 열고 ▲배당관련 공개중점기업(남양유업)에 대한 주주제안 행사(안) ▲주주총회 개최 전, 의결권 행사방향의 공개범위 결정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검토·논의했다. 이날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에 대해 ‘배당정책 수립 및 공시와 관련해 심의·자문하는 위원회(이사회와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하는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6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한 ‘국민연금기금 국내주식 배당관련 추진방안’에 따라 지난 2016년 6월부터 남양유업을 기업과의 대화 대상기업으로 선정해 관리해 왔다. 이후 지난 2017년에는 비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지난해에는 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왔으나, 남양유업은 배당정책 관련 개선이 없어 주주제안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남양유업의 배당성향은 상장사 평균치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지급된 비율)이 17% 수준으로 상장사 평균인 33.81%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번 주주제안은 자본시장법령에 따른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기금운용본부는 관련 절차를 준수해 주주제안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계, 연이은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하는 국민연금에 촉각

재계는 최근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주주권 발동을 한 국민연금이 곧바로 남양유업까지 손을 데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주주권 발동 요구가 거세지자 무리하게 주주제안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연하면,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에 휩싸인 한진그룹에 이어 최근 대리점에 대한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남양유업이 주주권 행사의 타깃이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언급한 점도 이번 주주권 발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23일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추진전략회의에서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청와대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행사한다는 원칙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일부 대기업 오너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남양유업이 국민연금에 대처하는 자세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에 대해 남양유업 오너 일가의 압도적인 지분을 감안할 때 오는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보유한 지분 51%를 포함해 오너 일가가 총 53.85%의 지분을 보유 중으로 의결권 과반을 넘어선다. 반면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은 6.55%에 불과하다. 남양유업 정관변경은 오는 3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되는데 국민연금이 표대결에서 남양유업 오너일가를 넘어서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주총회에서 남양유업 오너 일가가 모두 불참하거나 찬성 표를 던지지 않는 이상 국민연금이 주주제한 가결을 위한 의결권을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인 셈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다수 찬성 의견이 제기되면서 시간에 쫓겨 주주권 발동이 결정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