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전망치보다 더 걷은 역대 최대 '초과 세수'...배경은?

2020-02-09     이성민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지난해 총세입에서 총세출을 뺀 초과세수가 당초 전망치보다 25조원 이상 더 걷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기업과 개인이 낸 법인세, 양도소득세, 근로소득세가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특히, 국채 발행을 대폭 축소하고, 기존에 발행된 물량 가운데 일부를 조기 상환했음에도 13조원 이상이 남았다. 세금이 더 걷혔다는 것은 그만큼 민간의 소비·투자 여력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황에 정부 곳간만 풍성해지고, 시중에 더 사용할 수 있는 돈을 제대로 못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초과세수 25조4000억원...‘역대 최대’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2018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293조6000억원으로 예산안 작성 당시 전망치 268조1000억원 대비 25조4000억원이 더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역대 최대치였던 2017년 14조3000억원, 2007년 기록한 14조2000억원보다 10조원 이상 많은 수치로, 정부 수립 이후 역대 최대치이자 세금이 예산보다 더 많이 걷힌 것은 3년 연속이다.

법인세·양도소득세·근로소득세 동시 증가

지난해에 역대 최대 초과세수가 발생한 원인은 법인세, 양도소득세, 근로소득세 등 세수가 동시에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18조원이 걷혀, 당초 전망치 10조3000억원 대비 74.8% 초과한 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법인세도 전망치는 63조원이었으나 실제로는 70조9000억원으로 7조9000억원이 더 걷혀 전망치 대비 12.5% 초과했다. 서민들의 유리지갑인 근로소득세도 당초 35조7000억원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38조원이 걷혀 6.4%(2조3000)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과 관계가 깊은 양도세의 경우도 마찬가지 현상을 보였다. 지난해 주택 매매는 총 85만6000건으로 전년 대비 9.6% 감소했으나 가격이 대폭 상승해 전체 세금이 늘었다.

국채 발행 줄여도 13.2조원 남아

예산을 모두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歲計剩餘金)은 13조2000원으로 초과세수 대비 12조원 가량 감소했다. 세계잉여금은 지난 2007년 15조3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세계잉여금을 줄일 수 있었던 ‘비결’은 국채 발행을 줄이고, 이전에 발행됐던 국채를 재매입한 영향이다. 정부 세외수입(세금 이외에 재산수입·차입금·재화 및 용역 판매로 얻은 수입)은 당초 전망치보다 12조8000억원 줄었다. 예수금이 13조8000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계획됐던 국채 발행을 줄이면서 그만큼 차입을 통한 수입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곳간만 ‘풍년’...“경기 상황 적시 대응 못해” 지적도

일각에서는 이같은 세수 풍년에 대해 정부 곳간은 풍성해졌지만, 쓸 돈을 제대로 못 쓰면서 경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더 걷힌 세금을 사회복지 예산 등에 지출했으면 그만큼 국민들에게 다시 돌아갔을 것이며, 경기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며 “재정이 내수를 오히려 위축시키는 긴축재정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남긴 초과세수를 올해 경기 활성화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제약이 많다. 지방교부금 정산과 나랏빚 상환 등에 우선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수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세수 추계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