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손태승 회장이 변호사들을 전면 배치하는 이유는?

2020-02-21     서성일 기자
출처=파이낸셜리뷰DB
[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지주회사 체제를 마무리하고 지난 13일 증시에 상장된 우리금융지주의 캐쉬카우인 우리은행이 자산관리(WM)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실무부서에 법률전문가를 전면 배치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준법경영’을 일선 영업현장으로 확대하며, 상품 개발부터 법률적 리스크를 최소화함으로써 그룹 내 수익센터인 자산관리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또한 이 같은 손 회장의 행보는 최근 비 은행권 기업인 하이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입찰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폭 확대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자산운용은 하이투자증권의 자회사로 사모펀드나 부동산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손태승

상품개발 일선 부서에 변호사 전면 배치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분기 안으로 자산관리(WM)추진부, 신탁부, 트레이딩부에 각 1명씩 변호사 채용을 마칠 예정이다. 사내 변호사는 각각 펀드·방카슈랑스 상품, 신탁상품, 파생상품의 법률 검토를 맡는다. 타 시중은행이 준법지원부에서 법적 리스크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달리 각 부서에 전문 변호사를 둬서 리스크 관리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손 회장이 최근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는 ‘준법경영’ 철학과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지난달 손 회장은 우리금융 출범식에서 “과거에는 우리 금융기관이 준법경영에 대한 관심이 덜했는데 최근 모든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마다 반드시 법적 리스크를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무부서에 배치된 사내 변호사들은 신상품·신제도 등 개발시 초기 단계부터 법규 위반 여부를 모니터링한다. 판매 프로세스 전반, 영업현장 마케팅 등의 법률 자문도 담당한다. 기존에도 준법지원부를 통해 수시로 상품 개발 등 전반을 점검했지만 실무 부서 내 변호사 투입으로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품 개발 과정 앞단에서 법률 검토를 동시에 진행하면 좀 더 마음 놓고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불완전판매 이슈를 완벽히 제거해 고객을 보호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의 준법경영 강조...하이자산운영 인수 위한 사전 포석

손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비 은행에 속하는 하이자산운용 인수를 통해 보폭 확대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하이투자증권의 자회사로 사모펀드나 부동산에 강점을 지닌 하이자산운용 입찰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우리금융은 기업 인수전에 당분간 참여할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이럴 경우 우리금융도 타 지주사들과 대등한 경쟁구도를 갖출 수 있다. 부동산 신탁사, 저축은행 등이 다음 인수 대상으로 예상된다.
출처=우리은행
향후 우리은행은 자산관리 시장에서 격차를 벌려 나갈 전망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이 지난해 2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순익을 낸 데는 자산관리부문이 큰 역할을 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2016년 8428억원인 수수료 수익은 2017년 9310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1조121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비이자 이익에 해당하는 수수료 수익은 펀드, 신탁 등 자산관리상품 판매로 얻은 수수료에서 주로 나온다. 특히, 신탁과 수익증권 부문은 전년 대비 각각 25.9%, 11.4% 성장세를 보였다. 방카는 지난해 시장 상황이 안 좋았음에도 전년과 동일한 수익을 기록했다. 증권가도 이 같은 우리금융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자본비율을 신경 써야 하는 만큼 우리금융이 굵직한 M&A(기업인수합병)보다는 소규모 기업 인수를 서두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13일 상장됐다. 상장주식수는 6억8000만주다. 주가는 대체로 순항하는 모습이다. 주가는 상장 첫 날 1만4950원에서 다음날 1만600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1만500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주가는 20일 1만52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