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고 복귀하고”...회장님들의 '이유 있는' 경영 행보
2020-02-21 전민수 기자
[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새해를 맞아 스타일이나 주변 여건에 맞춰 ‘색깔’ 있는 경영 행보를 펼치고 있다.
SK 최태원 회장이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대표이사가 맡던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반면, 롯데 신동빈 회장은 같은 이유로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복귀해 다른 행보 같은 이유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태원, SK 이사회 의장서 물러나...대표이사직은 유지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SK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다.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대표이사가 맡던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 중에 선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은 다음 달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대표이사 직책은 그대로 유지한다”며 “후임으로는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새 사외이사로 선임돼 이사회를 거쳐 의장을 맡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지배 구조 개선 차원에서 오랫동안 연구해 온 방안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통상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가 겸임하면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사 결정이 어려워진다는 비판이 있었다.
실제로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분리 운영한다.
그동안 SK는 국내 주요 대기업 지주사들 가운데 최초로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 분산 개최와 전자투표제를 실시했다.
전자투표제는 기업이 전자 투표 시스템에 주주 명부와 의안을 올려놓으면 주주들은 주총장에 가지 않아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소액 주주권 강화 제도이다.
또한 SK는 기업 지배구조 헌장을 제정해 내부 견제 강화와 주주 소통 확대를 명문화하는 등 주주 친화 경영을 강화해 왔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지배 구조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번 최 회장의 이사회 의장 사퇴를 계기로 국내 대기업들이 점차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신동빈 회장,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 복귀
SK 최태원 회장이 지주사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던 같은 날인 지난 20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년여 만에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일본 롯데 경영에 복귀했다.
롯데지주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오후 도쿄 신주쿠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동빈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안건을 통과했다.
신 회장은 구속 중이던 지난해 2월 21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신 회장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물러났지만, 등기이사직은 유지해 왔다.
이후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를 맡았던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이 단독 체제로 운영해 왔다.
신 회장이 재취임하면서 롯데홀딩스는 다시 2인 체제로 전환한다. 롯데지주는 이날 결정에 대해 “신회장이 복귀하면서 롯데가 2015년부터 겪어온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 구속과 재판으로 중단된 한국 호텔 롯데와 일본 제과 부문 기업공개(IPO)가 적극 추진될 전망이다. 특히, 신 회장이 복귀하면서 롯데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인 호텔 롯데 상장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홀딩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호텔 롯데는 그동안 롯데지주 출범 이전까지 사실상 롯데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해 왔다. 현재도 다수의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호텔 롯데가 상장해야 지주사 체제가 안정될 수 있다.
호텔 롯데는 지난 2016년 기업공개를 준비했지만 당시 롯데에 대한 검찰의 전면수사로 인해 중단됐다.
하지만 호텔 롯데의 주요 사업부인 면세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장 타이밍을 잡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호텔 롯데는 이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면세사업부 매출이 급감한 데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 일부를 신세계면세점에 넘겨주면서 시장 점유율이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