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증시 재야 고수들은 왜 비대면계좌를 사용하지 않나?
2020-03-01 서성일 기자
증권사 신규계좌 10개 중 7개는 ‘비대면계좌’
증권사 비대면계좌는 금융개혁 차원에서 지난 2016년 처음으로 도입됐다. 투자자들에게는 집에서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편리함이, 증권사들은 영업점 인력을 줄일 수 있다는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 신규계좌에서 비대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이며, 전체 활동 계좌에서도 30%가량이 비대면 계좌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비대면계좌의 인기 비결에는 증권사가 비대면 계좌에 주식거래 수수료를 물리지 않고 있다는 점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수수료 ‘0원’이지만 신용거래에서는 ‘고금리’
비대면계좌가 주식거래 수수료가 없다는 큰 장점과는 달리 신용거래에서는 정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 개설한 대면계좌 보다 신용이자율을 많게는 4%p(포인트)나 올려 최고 12%에 달하는 이자비용을 내는 고객들이 일상다반사다. 고객 입장에서는 기존 HTS(Home Trading System) 거래는 물론 영업점보다도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대신증권의 경우 30~59일 기간의 신용거래 이자율은 영업점이 7%(1그룹 기준)이지만 비대면계좌는 무려 11%까지 적용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업계 최고인 12%의 이자율을 비대면에 적용한다. 같은 등급과 비교하면 3%포인트가 높다. 미래에셋대우 다이아몬드등급 고객은 영업점 금리가 6~7.2%인데 비대면은 일괄 9%다. 한국투자증권도 대면계좌보다 2.25%포인트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 신용거래시 증권사 이자율은 2%대 초반의 조달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4%대 초반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보다 2~3배 가량 높은 셈이다. 결과적으로 주식 신용거래를 많이 하는 고객들은 오히려 비대면이 불리한 것이다. 재야 고수들이 비대면계좌를 쓰지 않는 이유다.증권사들 “어쩔 수 없다”
증권사 비대면 계좌가 오히려 고객들에게 불리하게 운영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논란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비대면 계좌도 기본적인 시스템 운영, 마케팅 비용이 발생하고 있어 수수료 대신 신용이자로 보완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증권사들이 그동안 비대면 계좌로 상당한 비용을 줄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뿐만 아니라 증권사들의 설명을 감안해도 주식이라는 분명한 담보가 있는 대출에 저축은행급 고이율을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또한 금융위원회가 증권사 비대면 계좌제도 첫 도입 당시, 은행에 주던 계좌개설 위탁 수수료를 절감해 비대면계좌 수수료 인하 등으로 전환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한 점을 감안하면 증권업계의 주장은 어색하기만 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비대면계좌 신용거래 이자가 영업점 계좌보다 높다는 부분은 현재까지 주시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문제가 된다면 실태를 파악해 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