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례 남겨둔 금통위...‘딜레마’ 빠진 한국은행

2020-03-03     이성민 기자
출처=파이낸셜리뷰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느냐 인하하느냐를 놓고 딜레마(dilem ma, 몇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이르는 말)에 빠진 형국이다. 올해 예정된 총 6차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가운데 이미 진행된 2차례에서 한은은 금리 인상과 인하가 모두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지난달 28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하면서 "일부 경제지표가 다소 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금리 인하 의견이 나오는데 이해는 된다"면서도 "성장전망에 더해서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물가·수출 등 경제지표가 부진하고, 인하하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와의 금리역전 폭이나 가계부채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올해 하반기로 가면서 경제지표가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지 여부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주열

경제지표만 보면 ‘금리 인하’ 가능성

3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총 6회가 남아 있다. 이미 올해 2차례의 금통위에서 한은은 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한은이 연내 남은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를 놓고 보면 한은은 통화정책에서 당분간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확실성이 높은 경제상황 여파로 금리 동결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대표적으로 물가상승률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전망치는 1.2%로 목표치인 2%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수출의 경우도 전년 동월 기준 지난해 12월에 1.3%, 지난 1월 5.8%, 2월 11.7% 각각 감소하는 등 3개월 연속 역성장세다.

금융안정 고려하면 ‘금리 인하’는 먼 이야기

이 같은 경제지표를 보면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금융안정을 고려하면 인하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가 1534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3조8000억원(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는 가정을 한다면 금리 인하는 추가적인 가계부채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준표 연구원은 “현재 경기가 크게 나빠지는 것도 아니고 크게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저활력 상태”라고 진단했다. 홍 연구원은 이어 “금리 방향은 하방이 상방보다는 좀 더 높아 보인다”면서도 “그렇다고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 당분간 동결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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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한은 통화정책 변화 올 듯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 한은이 통화정책에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는 한은이 올 상반기까지 경기지표 개선의 가능성을 관망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1.5% 수준으로 상반기에 비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현재 부진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개선된다면 수출에서도 하반기에는 반등이 예상된다. 이 경우 한은은 한 차례 정도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준)가 금리인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만큼 현재 0.75%포인트인 양국 금리 역전 차이가 더 벌어질 경우도 한은의 금리인상 요인이 된다. 한미 양국 간 금리 역전 차이가 심화될 경우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들의 자금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기대와 달리 경기지표에서 개선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한은은 금리인하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 금리가 지나치게 낮아서 한은이 인하 압력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