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엘리엇, 현대차에 고배당 요구하는 진짜 이유는?

2020-03-04     전민수 기자
엘리엇이
[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배당 정책 등을 요구하며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전면전에 나섰다. 엘리엇의 이 같은 초강수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련 주식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했다가 수천억원의 손실일 메꾸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와 향후 주주총회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엘리엇, 정기주총 앞두고 주주들에 ‘의결권 위임’ 호소

4일 엘리엇은 자신들이 개설한 '엑셀러레이트 현대' 홈페이지에 프리젠테이션을 공개하고, 오는 22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이 제안한 특별 배당금 및 이사 선임에 찬성해줄 것을 촉구했다. 앞서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에 우선주를 포함해 배당금 5조8000억원과 2조5000억원을 각각 요구했다. 이는 주당 2만1967원, 2만6399원 배당에 해당하는 액수로, 현대차와 모비스 사측이 제시한 주당 배당금 4000원의 5~6배에 달하는 규모다. 현대차가 지난해 기록한 당기순이익은 1조6450억원으로, 이와 비교하면 엘리엇의 배당요구는 순이익 대비 353%에 이른다. 엘리엇은 프레젠테이션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상당한 초과자본 상태라며 대차대조표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이
특히,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부지에 건설할 예정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관련 “강남 신사옥을 개발하는데 수 조원의 자금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돼 크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기 투자자금이 4조~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 같은 대규모 지출은 주주가치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현대차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쟁사 대비 심각한 실적 부진을 보이고 있으며 시가총액의 약 50%에 달하는 순 현금자산을 보유함으로써 수익율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우리가 제안하는 배당금은 현대차의 대차대조표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과거 반복된 사례처럼 회사의 소중한 자본이 그룹의 핵심 사업분야와 무관한 프로젝트에 사용될 위험요소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경쟁사 대비 심각한 실적 부진을 보이고 있으며 회사 시가총액의 37%에 달하는 순현금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수익율을 저하시키고 있다”며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엘리엇이 고배당 요구하는 진짜 이유는?

이처럼 현대차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8조3000억원’의 고배당을 놓고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엘리엇 주장의 핵심은 이익의 주주환원을 위해 배당을 확대하라는 것이지만 진짜 속내는 다른 곳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해 현대차 관련 주식 투자로 약 455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현대차그룹
결국 손실을 고배당으로 만회하려는 게 엘리엇의 전략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때문에 현대차그룹도 엘리엇의 속셈에 휘둘리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엘리엇은 현대차가 경쟁사와 비교해 초과자본 상태라며 주주들에게 초과자본금을 환원해야 한다며 고배당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약 14조~15조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45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주주 설득에 나섰다. 양측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고 있다. 엘리엇이 현대차에 고배당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현대차 주식 640만주(3.0%)를 보유한 주요주주라는 데 있다. 문제는 엘리엇이 현대차 주식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엘리엇은 지난해 8월 현대차 주식 64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2017년 말부터 현대차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현대차 주가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무산과 실적 악화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1월 중순 16만2500원이던 현대차 주가는 11월 중순 9만2500원까지 하락해 43% 떨어졌다. 엘리엇이 이 기간 본 손실은 약 4550억원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엘리엇은 통상적으로 주식 투자를 통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라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마지막 전략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