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리뷰] 일단락된 유치원 대란, 시한폭탄 ‘째깍째깍’
국회 정상화로 유치원 3법 개정 도마 위에
2020-03-05 전수용 기자
정부의 강경대응·여론 반발 부딪힌 한유총...아무런 결실 맺지도 못하고 후퇴
한유총이 이번 개학 연기 투쟁을 벌인 이유는 사립유치원의 이익과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 개정과는 상반된 의견이다. 유치원 3법은 유아교육법 개정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학교급식법 개정안으로 핵심적인 내용은 투명한 회계프로그램 ‘에듀파인’ 사용 의무화, 사립유치원 설립자는 유치원 원장 겸임 불가, 현행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에 유치원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박 의원이 전국 사립유치원 대상 감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여론은 사립유치원에게 지원되는 정부지원금이 투명하게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은 그 여론에 힘입어 유치원 3법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한유총은 유치원 3법은 사립유치원의 자율성과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사립유치원 말살 정책이라면서 반발했다. 유치원은 사유재산인데 국가가 통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유총은 이런 문제에 반발해 개학 연기 투쟁을 결행할 뜻을 밝혔다. 한유총은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일부터 개학 연기에 나서는 사립유치원은 1천533곳이 된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회원(3천318곳)의 절반(46.2%)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이에 유치원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들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참여율은 저조했다. 교육부와 전국 각 시도교육청이 지난 4일 전국 실사를 통한 전수조사 결과, 전국 사립유치원 3천875곳 중 개학연기 사립유치원 숫자는 239곳으로 전체 대비 6.2%에 불과했다. 개학 연기 투쟁을 하는 사립유치원들마저 종일 돌봄 서비스는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실상 개학 연기 투쟁에 동참한 유치원은 0%에 가깝다고 하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한유총은 상당한 숫자의 사립유치원이 자신들의 의지에 동참한다면서 호언장담했지만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이유는 정부의 강경한 대응과 냉담한 여론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3일 총리 주재 관계부처 긴급회의를 열어 개학 연기 강행 시 형사고발 등 엄정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교육기관이 자기 이익을 위해 아이들을 볼모로 잡겠다는 것은 교육기관의 자세가 아니다”고 질타했다. 주무 부처 장관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기자회견을 열어 개학 연기 투쟁에 동참하는 사립유치원에 한해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청에 설립 허가 취소를 할 계획이다. 여기에 학부모들의 반발이 상당히 거셌다. 이는 과거와 다른 점이다. 과거에는 한유총이 집단 휴업 등의 행동을 보이게 되면 전전긍긍하면서 정부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지만 이번 개학 연기 투쟁에는 오히려 한유총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학부모들은 개학 연기 투쟁에 동참한 사립유치원에 찾아가 환불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일부 학부모들은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보였다. 이처럼 정부의 강경대응과 싸늘한 여론으로 인해 한유총은 개학 연기 투쟁 하루만에 백기 투항을 하게 됐다. 지난 4일 이덕선 한유총 사무총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개학연기 사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정상운영에 돌입하겠다고 뜻을 밝혔다.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어...국회 정상화로 인해 앞으로 진행 상황은 유동적
하지만 한유총이 정부의 유치원 정책에 무릎을 꿇은 것은 아니다. 이덕선 사무총장은 “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그대로 수용하면 사립유치원 자율성 유지와 생존이 불가능하다”면서 유치원 3법 개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국회는 두달 만에 정상화의 기미를 보였다. 그동안 손혜원 의원 목포 투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여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임시국회 개회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이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정상화의 의지가 없다면서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 역시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 국회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다. 국회가 정상화되면 국회 교육위원회 역시 정상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교육위에서 유치원 3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유치원 3법 개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개학 연기 투쟁이 벌어진 이유는 유치원 3법 개정을 3월 학기 시작 전에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더불어민주당은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약 1월이나 2월 임시국회 때 이 문제를 처리했다면 개학 연기 투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은 3월 임시국회 때 유치원 3법 개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한유총과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면서 유치원 3법 개정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3월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하지만 정상적으로 운영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손 의원 국조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강행하겠다는 입장이고, 이외에도 김태우 전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에 대해 상임위원회에서 다루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제2차 북미정상회담 회담 결렬에 따른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과 외교 정책에 대해 따지겠다는 입장이서 유치원 3법 개정이 쉽게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한유총이 앞선 언급한대로 유치원 3법 개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이제는 국회의원 개개인을 대상으로 유치원 3법 개정 반대 로비를 전방위적으로 펼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유치원 3법 개정을 놓고 또 다시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 신촌에 사는 학부모 김모씨(36)는 “유치원 대란이 일단 종식됐다고 하지만 시한폭탄은 아직도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유치원 대란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를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