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리뷰] 상장사들이 ‘전자투표’를 꺼리는 이유
2020-03-05 윤인주 기자
상장사 절반, 여전히 도입 안해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예탁원의 주총 전자투표시스템 이용 계약을 체결한 상장사는 총 1204개사(유가증권 359개, 코스닥 845개)로 전체 상장사(2111개사)의 57% 수준에 불과했다. 예탁원의 전자투표 시스템 이용 계약 상장사는 ▲2015년 417곳 ▲2016년 732곳 ▲2017년 1103곳 ▲2018년 1204곳 등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상장사 절반 가량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예탁원과 계약만 체결하고 실제로는 시행하지 않는 상장사들이 태반이어서, 지난해의 경우 실제로 전자투표를 이용한 기업은 503개사로 전체 상장사의 24%에 그쳤다. 4곳 중 1곳만 시행한 셈이다. 또한 전자투표 도입 기업을 기준으로 살펴봐도 실제 이용률은 41%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액면분할을 통해 일명 ‘국민주’로 재탄생된 삼성전자도 올해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준비부족이라는 이유를 들어 일단 보류했다. 주주들의 전자투표 이용률도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3.9%에 불과해 사실상 상장사와 소액주주들에게 모두 외면받고 있는 처지다.도입 거부 이유, 대·중소기업 제각각
상장사들이 전자투표제를 꺼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기업의 크기에 따라 이유가 제각각인 양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은 이른바 ‘소액주주들의 반란’ 우려에 전자투표 도입을 꺼리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주가가 부진할 경우 소액주주들이 이를 빌미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뭉쳐 단체로 주총 안건에 반대 표를 던질 경우 심각한 경영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중소 규모의 상장사들은 대체로 비용과 부족한 인력 등을 들어 전자투표 도입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100만~5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전자투표를 이용해도 막상 주주들의 투표율이 저조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전자투표 도입시 기존 인력들의 업무가 가중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코스닥 상장사 한 관계자는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과외 업무가 추가되는데, 돈을 더 들이더라도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를 쓰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