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동창리 배수진 친 김정은, 騎虎之勢(기호지세)

하노이 협상 결렬 후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움직임 관측 김정은의 의도는 과연 무엇...발사 재개까지 가지는 않을 듯 김정은에 실망한 트럼프, 후속 카드는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론, 과연 어떤 카드가

2020-03-08     전수용 기자
베트남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호랑이 등에 탄 형국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현재 상황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騎虎之勢(기호지세)이다. 이미 비핵화를 약속한 김 위원장으로서는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을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과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런 이유로 김 위원장의 의중이 무엇인지에 대해 국제사회 및 우리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결국 벼랑 끝 전술(배수진)을 구사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것은 대북 제재 해제이기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방안으로 미사일 발사 실험 재개 ‘시늉(?)’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북한이

하필 ICBM 발사시험장 재가동 움직임?...결국 노리는 것은 미국

제2차 북미정상회담 협상 결렬 이틀 만에 북한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그리고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모종의 움직임이 관측됐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선제적으로 해체하겠다고 이야기를 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미국을 향해서 상응조치를 요구한 곳이다. 이들 지역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가능한 시설이다. 미국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ICBM이다. 북한이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해 미국 본토로 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비핵화의 초기 단계로 ICBM 폐기를 조건으로 내걸었을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미국으로서는 ICBM만 해결된다면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굳이 제재를 가할 이유는 없다. 즉, 미국 본토만 겨냥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핵개발을 묵인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 ICBM 발사장의 재가동 움직임이 보인 것이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실망했다”면서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으로서는 ICBM 발사장을 재가동한다는 것은 크게 신경쓰이면서 민심이 동요할 수밖에 없는 카드다. 북한이 노리는 것도 결국 미국의 민심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국 비핵화 회담에 다시 나오게 만들려는 것이다. CNN이 지난 6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 소식통 등을 인용해 보도한 하노이 회담 막전막후에 다르면 “2차 미·북 정상회담은 시작부터 허우적거렸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을 깨고 걸어나가려 하자 북한은 미국을 협상 테이블에 붙들어놓기 위해 막판에야 분주히 움직였다”고 전했다. 당일 협상이 깨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 그러자 당황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황급히 전달했다. 당초 협상장에서 미국은 영변핵시설 폐기에서 ‘영변핵시설’의 정의를 명확하게 내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북한의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이에 미국 측은 협상장을 나갔고 최 부상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황급히 전달했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핵시설 모두를 포함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 협상은 깨졌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빈손으로 귀국해야 했다. 이로써 미북 대화는 휴지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 테이블을 깨고 싶지 않은 것은 미국이나 북한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시험장을 재가동함으로써 미국을 자극해서 협상 테이블에 앉히겠다는 속셈이다. 다음 비핵화 회담에서는 하노이에서와 같이 협상 과정에 소극적으로 미국이 움직인다면 다시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라고 국제사회는 해석하고 있다.
북한의

트럼프, 결국 신중한 행보 보여...문재인 정부의 중재자론은

다만 이런 북한의 움직임에 트럼프 행정부가 조급하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사일 발사 재가동 움직임에 호들갑 떨면서 조급하게 움직이게 된다면 결국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어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은 오히려 대북 강경파에 힘을 실어주게 되면서 비핵화 협상을 더욱 꼬이게 되는 것은 물론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북한의 움직임으로 인해 비핵화 협상 휴지기는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휴지기가 장기화되면서 각자 생각하는 비핵화 협상 내용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은 전면적 비핵화와 전면적 제재완화라는 빅딜을 주장해왔고,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와 단계적 제재완화 즉 스몰딜을 주장해왔다. 이런 주장이 하노이에서 부딪히면서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휴지기가 장기화되면서 각자 생각하는 비핵화의 단계에 대해 깊은 고민과 함께 3차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를 도출할 것인지 신중한 접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도 제기되고 있다. 즉,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본격적인 시험대가 올랐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오는 4월이나 5월 미국을 방문해서 한미정상회담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갖고 있는 비핵화 내용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한 후 김 위원장을 만나서 절충점을 찾아 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과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결국 미국과 북한이 원하는 비핵화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찾아서 절충점을 만들어주는 것이 문 대통령의 역할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앞으로 역할에 따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