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뷰] 세계 경제 3대 축 ‘독일’이 위험하다

2020-03-12     이성민 기자
미국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미국, 중국과 더불어 세계 경제의 3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독일 경제에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독일은 유럽 경제를 이끌어 가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 같은 독일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세계 경제 관점에서도 상당히 우려되는 포인트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0%대로 낮춰질 듯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1.8% 수준으로 전망됐지만, 지난 1월에 이 수치를 1.0%로 낮췄고 조만간 0.8%로 전망치를 더 낮출 것이란 관측이다.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하는 것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다른 나라들은 흔들려도 미국과 독일은 그나마 괜찮다는 게 지난해까지의 분위기였지만 몇 달 사이에 상황이 급반전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도 요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고, 중국도 미국과 지속적인 무역분쟁으로 성장률이 예전같이 않다. 미국·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큰 축인 유럽도 침체를 겪는다면 세계 경제가 기댈 곳이 없다는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독일 경제는 왜 어려워졌나

독일 경제의 갑작스런 경제 침체 원인은 중국 경제의 침체,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라인강의 가뭄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중국 경제의 침체는 독일 경제 침체 원인의 첫 번째로 꼽힌다. 독일 경제는 수출지향형 경제이다. GDP(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로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2위다. 한국은 37%로 세계 3위이고, 미국과 영국은 12% 30%에 불과하다.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타격을 쉽게 받을 수 있다.
라인강의
독일 기업들도 그런 상황에 대비해 투자를 줄이고 이 같은 움직임이 경기 침체로 반영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실제로 독일의 산업생산 지표는 전년 대비 3∼4% 가량 감소했다.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도 걸림돌이다. 독일 정부가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측정 방식을 실험실 측정 방식에서 국제표준 인증방식으로 변경했다. 인증 설비가 부족해서 인증이 늦어져 신차 출시가 뒤로 밀리고 있는 것도 자동차 매출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독일의 차량 생산대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감소 추세다. 라인강의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라인강을 통해 제품과 원료를 운반하던 독일 화학업체들의 생산과 수출에 차질이 온 것도 독일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라인강의 수위 하락은 공업용수 부족으로도 이어진다. 라인강은 독일 전역을 휘감고 흐르는 강이어서 일부 지역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왜 독일 경제 침체 소식이 중요한가

독일 경제의 침체가 세계적인 불경기의 원인이든 결과든 이런 우울한 분위기가 번지면 금리는 더 낮아지고 다양한 경기 부양책이 동원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증세 기조를 이어온 우리나라도 세금을 낮추는 쪽으로 정책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 원화는 약세, 달러화는 강세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금리 환율 주가 등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금융 환경이 독일 경제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게 된다. 프랑스와 영국 등 많은 국가들이 독일의 유연한 노동시장 정책과 도제식 직업 훈련 등을 도입하려고 노력중이다. 하지만 독일 경제가 침체로 빠지면 이런 정책 변화 시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잇다. 그런 변화에 저항하는 계층으로 독일의 경기 침체는 좋은 반박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