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모든 일이 그렇듯이 작은 일에서 시작돼 큰 일로 번져갔다.
영화 ‘1987’에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도 그러했고, 몇 년전 정운호 도박사건 수임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지는 놀라운 결과가 나온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상교라는 사람이 친구들과 클럽 버닝썬에 놀러갔다가 도움을 청하는 어떤 여자를 도와 주려고 했는데 그곳의 손님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VIP)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어 클럽의 가드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억울해서 경찰에 신고했더니 경찰에게도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 이 사건의 시작이었으나, 빅뱅 전 멤버 승리를 거쳐 정준영을 지나 현재는 경찰청장 개입 의혹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것을 ‘나비효과’라고 했던가.
이와 관련해 언론들의 보도 형식에 대해 기자로서 아쉬움을 느낀다. 언급되는 연예인들의 주변 관계도나 몰카 등에 집중된 대다수 언론 보도가 자본주의적 관점에서는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좀 더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고문기술자 이근안보다 그 고문을 지시한 이를 찾아야 하는 것이고, 광주에서 발포한 공수부대원들보다 발포를 지시한 전두환의 죄과를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모든 미디어 혹은 모든 저널리스트들이 다 조회수나 시청률을 위한 선정성을 추구하고 혹은 회사의 방침을 영혼 없이 따라가지는 않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미디어의 주류는 무언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자 하는 흐름이 보인다.
미디어쪽 SNS 친구들이 적지 않은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이런 의심을 해야 하는 현 상황이 안타까우면서도 유감스럽다.
특히, 최근 한 지상파 저녁 메인 뉴스는 그렇게 많은 정준영 관련 보도 꼭지를 구성하는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할 정도로 심각했다.
아울러 고위층의 공권력과 결탁한 범죄라는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정준영 카톡의 선정적인 내용에만 집중하는 보도행태는 ‘모종의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온 가족이 다같이 모여 볼 가능성이 높은 공영방송의 저녁 메인 뉴스의 절반을 할애한 내용이 황색 저널리즘의 영역과 충돌한다면 그것은 확실히 잘못된 것이 아닐까? 추가적인 보도가 어떻게 나올지 계속 지켜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