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대출 시장도 ‘빈익빈 부익부’ 심화
2019-03-18 서성일 기자
햇살론 연체율 급등세
햇살론은 서민금융진흥원 보증으로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신용등급 6등급 이하(연 가구소득 4500만원 이하)이거나 소득 3500만원 미만인 가구가 생계비 등을 최고 연 10.5%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햇살론은 같은 조건의 민간 대출보다 금리(연 14~18%)가 크게 낮아 서민들에게 인기가 많다. 지난해 서민 25만3662명이 햇살론을 통해 2조6028억원을 빌렸다. 전체 서민금융 지원 규모의 40%가 넘는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햇살론의 대위 변제율은 9.1%로 나타났다. 채무자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비율인 햇살론 대위변제율은 지난 2016년 2.2%, 2017년 5.5%로 해가 갈수록 급등세를 기록 중이다. 대위 변제율이 높아지면서 보증을 선 정부가 대신 갚아줘야 할 돈(대위 변제액)도 2016년 361억원에서 지난해 5974억원으로 치솟았다. 햇살론은 2016년부터 서민금융진흥원으로 넘어왔는데, 해가 갈수록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미소금융·새희망홀씨 대출 연체율도 상승 중
햇살론 뿐만 아니라 미소금융과 새희망홀씨 등 다른 서민 금융상품들도 연체율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지난해 미소금융 연체율은 6.6%로 전년 기록한 6.1% 대비 0.5%포인트 높아졌다. 연체액도 2017년 465억원에서 지난해 532억원으로 증가했다. 미소금융은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어려운 신용등급 6등급 이하거나 차상위 계층에게 창업자금·생계자금 등을 담보·보증 없이 빌려주는 제도로, 금리는 연 4.5% 수준이다. 지난해 3만5237명이 4022억원을 대출받았다. 같은 기간 ‘새희망홀씨’ 대출 연체율은 2017년 2.3%에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2.5%로 상승했다. 연체액 규모도 2016년 950억원, 2017년 1185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382억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다. 새희망홀씨의 지원 조건(신용등급 6등급 이하 또는 소득 3500만원 미만)은 햇살론과 같지만, 시중은행이 돈을 빌려준다는 점이 다르다. 2017년 2조9991억원이, 지난해 상반기에만 1조7788억원이 대출됐다. 정부 보증으로 대부업 등에서 빌린 고금리 대출을 시중은행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바꿔드림론' 대위변제율은 28.6%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기록한 28.7% 대비 소폭 감소한 수치이지만, 빌려간 돈 4분의 1 정도를 정부가 대신 갚아줘야 한다는 얘기다. 대위 변제액은 지난해 7853억원으로 전년 기록한 7556억원보다 증가했다.대출 시장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
서민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사람은 신용등급이 낮거나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서민층이다. 이들이 시장금리보다 나은 조건으로 돈을 빌리고도 제때 못 갚는 일이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서민들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은 “비교적 괜찮은 조건에서도 원리금 상환을 제때 못 한다는 건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라며 “취약 계층의 살림살이가 빠르게 나빠지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들 서민들이 시장금리보다 나은 조건으로 햇살론 등 금융상품을 통해 돈을 빌릴 수 있다고 하지만 더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신용등급이 높거나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제도권 금융권에서 저리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서민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연체율이 높아지고 연체액도 늘어나는 점은 대출 시장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된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정부가 지원하는 서민 금융상품마저도 제때 못 갚으면 불법 사(私)금융 등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태규 의원은 “심각한 경기 침체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이 서민 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연체율 상승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제도 금융권 역시 저금리 상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