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리뷰] 취임 100일 맞은 홍남기 ‘명암’은

김앤장 논란 벗어나 새로운 소통 보여 아직까지 난제들은 많이 남아있어 글로벌 경제 둔화로 반도체 침체로

2020-03-19     이정우 기자
홍남기
[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취임 100일째를 맞았다. 문재인 정부 경제 2기 사령탑인 홍 부총리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가 있다. 우선 1기 사령탑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충돌과 갈등을 2기 사령탑에서는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또한 현장 소통을 중시하면서 경제 활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다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숙제가 있기 때문에 그 숙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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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논란 딛고 출범한 홍남기號, “컨트롤타워는 나다”

홍 부총리가 부총리가 된 이후 첫 일성이 “컨트롤타워는 나다”라는 말이다. 이는 1기팀인 김 전 부총리와 장 전 실장의 경제정책 충돌이 우리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줬다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컨트롤타워를 홍 부총리 자신으로 하면서 확실하게 교통정리를 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경제컨트롤타워는 홍 부총리라면서 힘을 실어줬고, 김수현 현 청와대 정책실장도 컨트롤타워는 홍 부총리라고 추켜세웠다. 이런 교통정리가 끝나자마자 홍 부총리는 경제활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김앤장은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워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췄다면 홍 부총리는 ‘분배’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우리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다. 그 행보로 현대차 신사옥 건립공사를 허용하는가 하면 광주형 일자리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와 더불어 국가 균형발전 등을 목표로 24조원이 넘는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도 확정했다. 부진한 경기와 고용 상황에 따라 최고 수준의 예산을 집행하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한 힘을 기울였다. 이에 홍 부총리가 빠른 시간 안에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신속하게 파악해서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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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넘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어

다만 아직도 넘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있다. 지난달 취업자 숫자가 26만명으로 크게 급증한 수치를 보였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30~40대와 제조업 일자리는 크게 감소했고, 60대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예산을 쏟아부어서 겨우 일자리를 늘어나게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다만 글로벌 경제의 위축에 따른 반도체 수출의 감소가 국내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소득불균형은 여전하다. 지난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4분기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의 소득 격차가 2003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혁신성장, 규제개혁 정책 등은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미 전세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들어갔는데 우리 경제는 아직 걸음마 단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카풀 등 승차공유서비스에 대한 대책에서 택시와 카풀업체 간의 사회적 갈등을 홍 부총리가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면 택시·카풀 업체의 갈등과 같은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갈등을 풀어내는 역할을 홍 부총리가 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증권거래세 인하 문제에 대해서도 홍 부총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입으로는 경제 컨트롤타워를 외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경제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홍 부총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만큼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입김이 커졌을 뿐이지 홍 부총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해서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데 홍 부총리는 그런 자세가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공식 회의석상에서 원론적인 이야기만 나열할 뿐이지 승부사적 기질을 통해 새로운 경제 방향타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홍 부총리가 취임하면서 김앤장과 같은 갈등은 사라졌지만 홍 부총리가 자신의 목소리를 좀더 냈으면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