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서민 살림살이 나아졌나
2020-03-20 이성민 기자
1월 영세점포 매출, 전년比 21.4% 급감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유섭 의원이 여신금융협회로부터 제출받은 8개 신용카드사 매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맹점의 48.3%에 달하는 연매출(카드사용액 기준) 5000만원 이하 영세점포의 1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1.4%나 급감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연매출 5,000만~1억원 점포는 5.4%, 1억~2억원 점포는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억~30억원 점포는 0.7%, 30억~500억원 점포는 1.5%, 100억~500억원 점포는 5.5% 증가해 매출 규모에 따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골목 상권에 있는 영세 점포는 도산 직전에 몰릴 정도로 위기인데 대형 점포는 오히려 성장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영세업체 4곳 중 1곳 영업시간 단축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만성부진과 인건비 증가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들이 영업시간을 줄이자 아직 영업시간을 안 줄인 주요 상권의 대형점포가 예상치 못한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소상공인연합회가 사업체 1204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6.4%가 ‘영업시간을 줄였다“고 답했다. ’직원을 줄였다‘는 자영업자도 16.9%였다. 또한 지난해 11월 정부여당이 5억원 이하 중소 및 영세 가맹점을 제외한 연매출 5억~500억원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 인하 조치가 오히려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최근 수수료 대폭인하로 수익 악화가 불가피해진 카드사들이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 인상 방침을 정하자 카드사와 가맹점 간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 관련 유통, 숙박, 음식점, 의류 등 10개 업종의 5천만원 이하 영세 가맹점은 올 1월 월평균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24.9%나 급감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소상공인 관련 대표적인 업종인 유통업이 36.0%나 감소했고, 요식업은 27.8% 감소, 숙박업도 27.1% 감소 등 전 업종에서 급격하게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전남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연매출 5천만원 이하 영세점포의 월평균 매출이 15.0%에서 27.7%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다. 17개시도 중 세종시가 -27.7%로 감소폭이 가장 높았고, 뒤이어 서울 -25.3%, 제주 -23.9%, 경기 -23.7%, 인천 -22.8%, 대전 –22.7%, 광주 -22.5%, 울산 -22.5% 순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소득이 낮은 계층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고 있다며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당장 수정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단기적으론 고통...장기적으론 혁신 이끌 것”
급격한 최저임금의 부작용에 대해 유수의 해외 석학도 경고하고 나섰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기업이 스스로 변할 수 없는 부분을 건드리며 혁신을 이끌것으로 내다봤다. 매년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총장을 지낸 도미니크 튀르팽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단기적으로 기업에 고통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튀르팽 교수는 “기업들이 노동 비용 압박을 극복하기 위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기업이 바꿀 수 없는 외부 악재가 결국 기업의 혁신을 이끌어 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편의점과 패스트푸드 업계를 중심으로 키오스크와 같은 무인 기계 설비를 증가하고 있다. 다만 튀르팽 교수는 이러한 사회현상에 대한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고숙련·지식 노동자는 일자리 상실의 위험이 없다”며 “자칫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