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 경제에 숙제 남기고 떠난 앨런 크루거

2020-03-20     서성일 기자
[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지난 최저임금을 인상한다고 해서 일자리가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실증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던 경제학자 앨런 크루거가 5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년 연속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한 우리나라는 현재까지도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줄어드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정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엘런 크루거는 지난 1993년 미국 뉴저지주와 펜실베니아주 접경지역의 410개 패스트푸드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논문을 발표했다. 조사 결과, 최저임금을 시간당 4.25달러에서 미국 내 최고 수준인 5.05달러로 인상한 뉴저지주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오히려 고용이 늘었지만 4.25달러를 유지한 펜실베니아주 상점들에서는 신규 채용이 오히려 줄었다는 결과를 얻었다. 물론 해당 논문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논란이다. 패스트푸드 상점 이외의 다른 업종에서는 고용이 줄었을 것이며, 이 때문에 저렴한 패스트 푸드 식품의 수요가 오히려 늘었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득 증가로 최저임금을 받는 저소득층의 선호 식품인 패스트푸드의 수요만 늘었을 수도 있겠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경기를 살리는 데 도움을 주는지, 준다면 어떤 조건일 때 도움을 주며 어떤 조건일 때는 해가 되는지 정도의 단순한 질문에 대해서도 현대의 경제학은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 현실을 보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경제학자의 역할일 것 같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스승이기도 했던 앨런 크루거는 지금도 우리나라를 흔들고 있는 큰 화두를 던지고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