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국내 대표 기업이자 글로벌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채용을 보장하는 ‘반도체 학과’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들 기업들은 해당 학과에 입학만 하면 무료로 공부시켜주고, 졸업하면 곧바로 취업도 보장해줄 뿐만 아니라 1000만원이라는 거액의 격려금까지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수년간 반도체 시장 호황에 힘입어 직원들에게 매년 거의 연봉 만큼의 보너스를 지급해 왔다. 과장급만 돼도 1년에 가져가는 돈이 1억원이 넘을 정도다.
이 같은 분위기라면 구직자 입장에서는 앞다퉈 입사하기 위해 혈안이 될 만도 한데, 정작 그동안 이들 두 기업은 오랜 ‘구인난’에 시달려 오다가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왜 이런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을까? 반도체 기업들은 돈을 잘 벌면서 ‘전성기’를 구가해 온 반면 대학의 반도체학과는 오랜 기간 기피학과였기 때문이다.
대학은 등록금으로도 운영되지만, 누군가 지원하는 ‘연구자금’이 큰 역할을 미친다. 이 연구자금 가운데 상당부분은 국가가 지원한다.
하지만 국가의 연구자금은 특히 반도체학과에 박하게 배정됐다. 이유는 역설적으로 “기업이 너무 잘나가서”이다. “대기업들이 저렇게 돈을 잘 버는 분야에 왜 돈을 주냐”는 논리였다. 물론 기업들이 ‘후학양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은 영향도 있다.
연구자금이 없다 보니 장학금도 풍성하게 안나오고 석박사 때 제대로 된 실험도 못했던 상황이 계속돼 왔다. 그러다보니 반도체 전공자 중에서 학교에 남아 교수를 하겠다는 사람이 감소했다.
결국 학과의 규모가 과거보다 많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은 급격하게 성장하니 ‘구인난’ 현상이 발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 같은 상황에 중국은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면서 적지 않은 한국 인재를 빼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은 부족하고, 경력직은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4차산업혁명이 한창인 지금, 이제라도 정부가 앞장서서 해당 전공 관련 기업들 내지는 산업이 흥행하는 것과는 별개로 관련 학과에 대한 지원에 대한 입장을 선회하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