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안 거절...사실상 매각
금융당국·채권단, 금호의 자구계획안 거절 사실상 매각 수순 접어들어...박삼구 결단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공중분해 위기에 놓여
2019-04-11 이성민 기자
금융당국·채권단 모두 난색 보인 자구계획안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1일 서울 을지로 신한생명 본사에서 열린 ‘신한퓨처스랩 제2출범식’ 행사 직후 기자들에게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했는데 3년의 기회를 달라고 한 것은 어떤 의미인지 잘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 전날 내놓은 자구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전날 산업은행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는데 박삼구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않고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보유자산을 비롯해 그룹사 자산매각을 통해 지원 자금 상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박 전 회장 일가 보유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키로 했다. 박 전 회장의 아내와 자녀가 보유한 주식 13만3900주(4.8%)다. 금호타이어 담보 지분 해지 시 박 전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보유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한 재무구조개선 약정서(MOU)를 체결하고 3년간의 경영정상화 기간 동안 이행 여부를 평가받는 방안도 제시했다. 부여된 목표 달성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의 M&A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대주주와 금호산업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협조한다는 내용도 첨부됐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그동안 어떻게 보면 30년간의 시간이 주어졌다”면서 “이 상황에서 3년을 달라고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판단해보겠죠”라면서 3년이란 유예기간을 두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보도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이 물러나고 아들(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경영하겠다고 하는데 뭐가 다른지, 달라진다고 기대할 만한지를 판단할 것”이라면서 박 전 회장 일가가 아시아나항공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이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재로 회의를 열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며 자구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채권단은 “사재 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이 자구계획에 따라 금호 측이 요청한 5천억원을 채권단이 지원하더라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채권단의 추가 자금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산은은 이같은 채권단 회의 결과를 금호 측에 통보하고, 채권단과 긴밀히 협의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사실상 매각 절차만 남은 아시아나항공
이날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구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임으로써 사실상 매각 절차만 남았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희망하는 업체가 있기 때문에 M&A 시장에 나오면 좋은 조건에 매각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SK, CJ, 신세계 등을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이름이 거론된 기업들이다. 다만 이들 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섣부르게 움직이기 보다는 신중하게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실상 빈껍데기만 남은 상황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삼구 일가가 살아남는 방법은 이제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나 채권단의 반응은 박 전 회장에게 매각에 대해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박 전 회장의 결심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