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리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아직도 산 넘어 산
헌법불합치 결정,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해야 낙태죄 허용 범위 놓고 정치적 갈등은 불가피해 보여 허용한다고 해도 후폭풍과 부작용은 상당히 거세질 듯
2020-04-11 전민수 기자
형법 269조 1항·270조 1항 헌법불합치 결정
헌재는 11일 형법 269조 1항 및 270조 1항 관련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법적 공백으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ㄹ 수 있기 때문에 법 개정 시한을 두는 것이다. 낙태죄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시한을 두기로 했다. 형법 269조 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을 처한다. 270조 1항은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약종상이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얻어 낙태하게 하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예외 조항으로 모자보건법 14조가 있는데 의사는 대통령령에서 정한 정신장애 및 질환이 있거나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이 불가한 혈족·인척간 임신, 임부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만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다. 단 임신 24주 이내에만 가능하다. 헌재는 낙태를 처벌하는 규정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면서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이는 1953년 낙태죄가 형법에 규정된지 66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헌재는 2012년 8월 23일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바 있다.개정 추진해야 한다지만 그 내용 놓고 갈등 불가피
헌재가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을 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이제 국회는 개정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문제는 형법 낙태죄의 내용 수정을 어디까지 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다. 임신 기간 전체를 낙태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형법 낙태죄를 완전히 폐지한다는 것 자체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형법 낙태죄를 그대로 존속하면서 특별법을 만들어서 낙태를 허용하는 방법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선진국에서도 낙태죄 조항은 그대로 두면서 특별법을 통해 임신 초기의 낙태를 허용하기도 하고 있다. 문제는 그 ‘수주’이다. 독일의 경우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만 나라마다 그 ‘수주’가 다르다. 따라서 그 ‘수주’를 결정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낙태 사유에 대해서도 ‘무조건’ 허용보다는 낙태에 대한 제한을 두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을 하게 되면 낙태가 만연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제한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개인적인 신념에 따라 낙태 시술을 의사가 거부하게 된다면 거부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 적용 여부이다. 건강보험 적용하지 않고 비급여로 진행한다면 무분별한 낙태가 이뤄지게 되면서 형법 규정이 사문화가 될 우려가 있다. 그 이유는 비급여로 할 경우 실태파악이 힘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낙태 시술은 국공립 병원이나 지자체 등에서 허가된 병원에 한정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해진 병원 이외에 일반 병원에서도 낙태가 허용된다면 수익을 위해 낙태를 권유하는 의사들이 즐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낙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임산부 등에게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형법 낙태죄를 수정해야 하지만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재가 낙태죄 불합치를 결정했다고 당장 낙태가 허용되는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법적으로나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이 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