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리뷰] 패스트트랙, 이제부터 ‘험난한 여정’
여야 4당, 간신히 패스트트랙 합의문 추인 바른정당계 반발, 바른미래당은 분당 위기 국회 본회의까지는 험로, 미래는 불투명
2020-04-24 이정우 기자
천신만고 끝에 여야 4당 합의문 추인
이날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오전 10시에 의원총회를 열어 전날 합의한 패스트트랙 지정 합의문을 추인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추인이 무난하게 이뤄졌지만 바른미래당은 추인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의원총회가 시작되자마자 지상욱 의원은 비공개 의총이 아닌 공개 의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오늘부터 김관영 원내대표를 원내대표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반발했다. 결국 비공개 의총이 됐다. 하지만 추인 방식을 놓고도 갈등이 불거졌다. 일부에서는 과반 찬성을 이야기했지만 당헌당규에는 5분의 3 이상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표결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표결도 진행했다. 그 결과 12:11로 과반 찬성 표결이 결정됐고, 이후 패스트트랙 추인에 대한 표결을 했고, 역시 마찬가지로 12:11의 결과가 나오면서 추인됐다. 하지만 그 후폭풍은 거셌다. 이언주 의원은 이날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고, 대주주인 유승민 의원은 자괴감이 든다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표출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반발하면서 김관영 원내대표를 성토했으며, 손학규 대표 지도부 사퇴론까지 꺼내들었다.패스트트랙 지정 >>> 상임위 통과 >>> 국회 본회의 통과 등 험로 예상
패스트트트랙 지정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난관을 통과해야 한다. 우선 상임위 재적 의원 3/5 이상 찬성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은 정개특위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맡고 있는데 모두 18명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최소 1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위원이 찬성해야 한다. 정개특위는 선거제도 개혁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개특위는 통과가 어려워 보인다. 사법개혁 법안에 찬성하는 위원이 9명에 불과하다. 오신환·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은 공수처의 기소권 부여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 의원은 바른미래당 의총에서 합의안 추인이 이뤄지자마자 사개특위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언했다. 만약 오 의원과 권 의원이 반대표를 던진다면 해당 상임위에서 통과가 이뤄지지 못한다. 즉, 패스트트랙 지정을 한다고 해도 실패를 하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해당 상임위에 통과를 한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상임위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60일 등 최장 330일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시간을 단축한다고 해도 240~270일이라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내년 초에나 가능하다. 더욱이 자유한국당이 결사항전을 내걸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20대 국회는 없다고 공언했다. 당장 5월 임시국회에서 7조원 추경 편성을 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자유한국당의 결사항전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난관을 뚫고 본회의에 상정된다고 해도 본회의에서 통과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 이유는 선거제 개편 시 28석의 지역구가 줄어드는데 자신의 지역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해당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 본회의 통과도 사실상 어렵다. 즉, 패스트트랙 지정이 된다고 해도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는 상당히 많은 난관에 부딪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은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른다. 정치권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지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험난한 여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