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나루히토 日王 시대, 우리의 대응은

아키히토 시대 가고 나루히토 시대 오다 아베 총리의 우경화 바람 저지는 과연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계기로 변화 예고

2020-05-01     전수용 기자
나루히토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아키히토 일왕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막을 내리고 1일부터 나루히토 일왕 ‘레이와(令和)’ 시대가 개막됐다. 이로 인해 향후 일본 사회가 변화를 예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일관계의 변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베 총리의 우경화 목소리를 나루히토 일왕이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일본 사회에 혐한 바람이 불고 있으며 우경화 바람이 불고 있기에 나루히토 일왕이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향후 한일관계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왕은 일본 사회에서 상징적인 인물일 뿐이지 강제력이나 구속력 등을 가지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걸림돌이기도 하다.

레이와(令和) 시대 개막, 전후 세대 일왕 탄생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하고 나루히토 일왕이 들어섰다는 것은 전후세대 일왕이 탄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루히토 일왕은 1960년생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겪어보지 않은 전후세대이다. 따라서 2차 세계대전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떤 관점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그동안의 행적을 볼 때 나루히토 일왕은 아버지 아키히토 일왕과는 비슷한 언행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키히토 일왕은 우리나라를 침략한 것에 대해 반성한다면서 우호적인 발언을 해왔던 인물이다. 나루히토 일왕 역시 왕세자 시절부터 우리나라에게 호의적인 메시지를 보낸 인물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 일본 사회는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인해 반한 감정이 고조돼 있다. 이런 이유로 일본 내 정서를 무시할 수 없는 나루히토 일왕은 우리나라에게 우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욱이 아베 총리가 우리나라에 대한 공세적인 태도를 자국의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나루히토 일왕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런 대목이다. 아베 총리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그 이유는 참의원 선거를 통해 자신의 숙원인 헌법 개정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루히토 일왕의 취임을 정치적으로 최대한 이용한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1일 연호를 ‘레이와’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는데 주력했다. 일본의 상징적인 존재인 일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의 여론조사 등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지난달 1일 연호 발표 직후 5%p 상승했다. 이는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내각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레이와 시대 개막, 평화헌법 개정 여부는

나루히토 일왕 시대 즉 레이와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헌법 개정이 이뤄질 것인가 여부다. 이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나루히토 일왕이 그동안 보여줬던 한일관계 메시지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나루히토 일왕은 2015년 55세 생을 맞이한 기자회견에서 “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는 오늘날 겸허하게 과거를 되돌아보는 동시에 (중략) 전쟁의 비참한 체험이나 일본이 걸어온 역사를 정확하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 아버지 아키히토 일왕의 생각을 이어갔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키히토 일왕은 1990년 5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 “일본에 의해 초래된 불행한 시기에 한국 국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한바 있다. 또한 1994년과 1998년 각각 일본을 방문한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한반도의 여러분들에게 다대(是多少)한 고난을 안겼다’, ‘이에 대한 깊은 슬픔’ 등 전향적인 표현을 썼다. 결국 나루히토 일왕의 우호적인 메시지와 아베 총리의 우경화가 부딪히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가 관계자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가 앞으로 한일관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