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공정위, 대기업 SI 사익편취 실태조사...왜?

2020-05-13     채혜린 기자
김상조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의 사익편취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그동안 SI가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 등으로 악용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공정위가 계속해서 칼을 꺼내들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대기업은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어쩔 수 없이’ SI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에 악용된다면서 일감 몰아주는 더 이상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대기업 SI가 우리나라 SI 산업 생태계를 상당히 많이 흐린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는 SI 산업 생태계를 그대로 묘사하기도 했다.

공정위의 해명, 도대체 왜?

공정위는 13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참고자료를 통해 “3월에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SI·물류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거쳐 경쟁촉진 방안 등 관련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와 같은 정책적 목적을 위해 해당 기업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면서 실태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실태조사와 연구용역을 통해 내부거래의 원인을 비롯해 보안성 및 효율성 효과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사익편취 규제의 위법성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는 등 관련 개선대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해당 업계와 전문가 집단 등의 견을 충분히 수렴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실태조사는 SI 업종의 실태를 전반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정책적 차원일 뿐, 특정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사항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는 아니다”면서 “SI 기업의 연도별 내부거래 비중과 수의계약 비중 등 총계 자료만 설문했으며 계열사 간 개별 거래 내역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해명을 통해 이번 실태조사가 특정기업에 대한 실태조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는 SI업계 전반적인 생태계를 파악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SI가 대기업 경영권 승계의 수단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사익편취 수단으로 SI가 이용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기업은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SI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SI가 경영권 승계 수단이 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이는 현행법에 따르면 사익편취 규제는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가 총수 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와 일정 금액 이상 거래하는 행위에 적용되지만 효율·보안·긴급성을 이유로 한 내부거래는 규제 예외였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SI·물류·광고이다. 이에 SI가 경영권 승계 수단이 되느냐 여부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핵심은 ‘보안성’이다. 과연 보안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예외 적용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다.

보안성 과연 경영권 승계의 예외 이유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예외 사항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시스템통합 업무를 외부업체에 맡기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안을 가장 요하는 은행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업무는 자체저긍로 처리하지만 전문기술이 필요한 부분은 외부업체에 맡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SI업체가 경영권 승계 수단이 되고 있기에 많은 흑자를 남겨야 했다. 그러다보니 SI업체 직원들의 고혈을 쥐어짜서 흑자를 남기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에 프로그래머 사이에서는 프로그래머 직업이 ‘노가다’(공사판에서 일하는 사람) 직업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실태가 계속 문제로 제기되면서 드라마로 방영까지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대기업이 보안상의 이유로 SI업체를 갖고 있는 이유가 크게 없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오히려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에 사익편취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SI 업계 관계자는 “만약 사익 편취 수단으로 SI가 사용됐다는 것이 드러날 경우 SI업계는 요동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