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앞바다 공사현장에 갑과 을이 뒤바뀐 사연은?

정부공사 도급업체 K건설사, 설계부실 사유로 시공거부

2020-05-22     전민수 기자
강원도
[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갑을 관계가 상대적으로 뚜렷한 건설공사 현장에서 을의 반란이 일어났다. 정부공사를 도급받은 해당 공사현장 시공업체가 정부의 설계부실을 사유로 소파블록 관련 공사를 거부한 것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강원도 동해시는 ‘어달지구 연안정비사업’ 공사를 발주하면서 해당 현장의 시공업체를 K건설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시공업체로 선정된 K건설사는 동해시가 공사 발주시 설계에 반영하면서 주요 공사자재로 지정한 해안침식방지용 XA소파블록이 조립식구조의 약점으로 파랑내습시, 하자발생이 거의 확실해 시공에 임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실상 현장시공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강원도
이에 따라 K건설사는 해당 공사 중 소파블록 관련 시공을 거부해 완공이 시급한 공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되는 XA블록은 강원도 강릉의 S업체가 특허출원한 제품으로, 특이할 사항은 K건설사가 품질 부실 의혹을 제기한 것과는 달리 정부의 품질 보증 지원이 많은 제품으로 국내 특허를 받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XA블록은 산업통상자원부 신기술과, 중소기업 구매 촉진 제품 지정 등을 받은 제품으로, 지난 2015년 강원도 내 남항진 잠재에 사용했다가 폭풍에 의해 대량 유실 피해를 입어 언론보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제품의 개량품으로 전해진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당 공사 발주시 설계에 반영된 XA블록은 당초 어초형 블록으로 설계돼 소파기능 발휘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점에 대해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특허내용에는 각 블록을 결속핀으로 고정시키는 것으로 고안돼 있으나, 수중에서 결속핀의 시공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아울러 도급설계 도면에서는 특별한 언급 없이 이마저도 빠져 있어 타 소파블록에 비해 무게 대비 부피가 큰 블록이 내습파랑에 어떻게 견뎌낼 지 의심스럽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한 염해에 취약한 철근콘크리트구조물로써,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체충돌이나, 부동침하로 인한 크랙 발생시 장기간 염해노출에 의한 철근 부식으로 소정의 내구연한 유지가 거의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원도
뿐만 아니라 XA블록의 특성상 거치하부면이 평탄해야 하나, 하부면의 자재가 피복석으로 사실상 평탄성의 유지가 어려워 설계도면 대로의 시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K건설사 관계자는 “당초 동해시가 발주한대로 XA블록을 주요 자재로 공사를 시공해 문제가 생긴다면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할지 난감하다”면서 “ 때문에 통상적이진 않지만 시험시공 후에 본공사를 진행하자고 동해시에 요청했으며, 동해시가 이를 받아들여 현재 시험시공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 경 발주처인 동해시는 설계사와 감리사, 시공사, 특허사가 참여한 대책회의를 열어 올해 3월 경 XA블록 12개를 거치하는 시험시공을 하기로 결정했다. 동해시는 그 결과에 따라 전체공사 진행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이 공사는 표류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해시 관계자는 “올해 안에 시험시공을 마칠 예정”이라며 “시험시공 결과에 따라 XA블록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향후 다른 소파블록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하자 의혹이 눈덩이처럼 쌓여있는 XA블록으로 설계된 정부공사가 국내 현장에 다수 포진돼 있다는 점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해양수산부에서 발주한 울산 고늘지구 정비사업, 정동진 연안정비사업 등 다수 현장이 있으며, 이들 현장에서도 해당 XA블록 시공을 미루며 발주처의 눈치와 함께, 해당 현장의 대응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