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게임중독은 질병”...게임산업 날벼락
WHO, 게임중독은 질병으로 규정 게임산업, 11조원 정도 축소될 수도 모두 공감하는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
2020-05-28 채혜린 기자
WHO, 게임중독은 질병
WHO는 음주, 도박 등과 같이 게임도 중독되면 질병으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중독 판정 기준은 통제 능력이 손상되고,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런 부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1년 이상 지속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지난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신동근·이동섭 의원,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김세연 의원, 교육위원회 조승래 의원이 공동주최하는 ‘게임이용,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김윤경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시민연대 정책국장은 “강서 PC방 사건을 비롯해 게임 중독 부모 대문에 3개월 된 아기가 배를 곯다가 숨진 사건 등을 보면 게임은 정신병”이라며 “청소년 게임 과몰입에 대한 책임을 부모의 양육 태도 문제로 돌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서PC방 사건이나 3개월 된 아기를 방치하는 것은 극단적인 사례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게임중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이번에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한 것은 게임중독을 완화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국내 게임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문제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면서 국내 게임산업이 크게 위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게임시장 규모는 13조 1천423억원으로 나타났고, 수출액은 59억 2천300만달러(6조 6천980억원)이다. 이에 만약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규정되면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크게 위축된다. 서울대 산학연구단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3년간 5조 1천억원~11조 3천500억원의 산업 위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게임산업이 발달한 이유는 높은 교율열에 따른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에 몰입하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게임중독이 질병이라고 규정을 하게 된다면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게임을 금지시키게 되고 그로 인해 게임산업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럽,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브라질 등 전 세계 게임산업협회·단체 9곳은 27일 공동 성명을 내고 WHO 회원국에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에 ‘게임이용장애’를 포함하는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민관협의체 구성, 문체부의 반발로 이어져
그런 가운데 WHO에 따라 보건당국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 합의점을 도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보건당국 주도의 민관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과학적 검증 없이 내려진 WHO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무엇보다 게임중독이 질병이라고 한다면 그에 따른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데 WHO가 내린 결정에는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체부의 판단이다. 게임산업 종사자들도 반발을 하고 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에 “정신과 의사들은 알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을 환자로 만들어야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일진들은 돈 내 놓으라고 괜한 손목 비틀지 말아주길 바란다”면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게임산업 규모가 1천620억 7천900만달러, 한화로 약 181조 6천905억원이고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6.2%로 미국, 중국, 일본 다음으로 많을 정도로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많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게임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다른 산업처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런데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규정되면 산업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냉대 속에서 어렵게 수출 역군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불만이 상당히 높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냉대와 멸시 속에서도 전세계로 게임을 수출하면서 수출역군으로서 역할을 해왔는데 WHO가 게임중독은 질병으로 규정하게 된다면 국내 게임산업은 그야말로 죽는다. 따라서 그에 따른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게임산업이 절대 냉대받거나 멸시받는 산업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