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리뷰] 타워크레인 파업, 안전? vs 밥그릇 싸움?

2019-06-04     채혜린 기자
한국노총과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전국 공사장에 있는 타워크레인 80%가 4일을 기점으로 멈춰섰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파업으로 건설현장은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들은 저가의 중국산 소형 타워크레인을 유인타워크레인으로 들여와 무인타워크레인으로 불법 개조하면서 안전기준이 모호하다면서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파업을 결행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일각에서는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면서 비판의 여론도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타워크레인의 파업으로 인한 공사 중단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국 2천여대 타워크레인 멈춰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4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하면서 고공 농성에 돌입했다. 고공 농성에 돌입한 노동자는 2천여명에 달한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7% 임금 인상과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 등을 요구조건으로 내세웠다. 또한 국가 자격증 없이 20시간 교육만 받으면 운전할 수 있는 소형 타워크레인이 건설현장 곳곳에서 사고를 내도 정부는 대책마련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파업으로 인해 전국 건설현장에서 가동을 멈추는 타워크레인은 2천여대에 달할 것으로 노조 측은 파악하고 있다. 노조 측이 파업을 한 이유는 안전기준이 모호한 무인타워크레인이 무분별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무인타워크레인이 지난 2013년에는 13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천800여대로 140배 증가했다. 건설업체들이 인건비를 줄일 요량으로 검증이 제대로 안된 저가 중국산 소형 타워크레인을 유인타워크레인으로 들여와 무인타워크레인으로 불법개조하기 때문이다. 국가자격증이 필요한 대형 타워크레인과 달리 소형 타워크레인은 3일간 20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나 조정할 수 있기에 전문성이 떨어지고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30건의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가 발생했고, 올해에도 7건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져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결국 밥그릇 싸움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파업의 명분 중 하나가 임금 7% 인상과 하계휴가 탄력적 운영, 현장 휴게실 설치 조건 완화 등이다. 임대업체는 건설업의 어려운 환경을 들어 임금동결은 물론 나머지 요구 조건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소형크레인이 타워크레인의 영역을 계속 침범하는 것에 대한 경계 때문에 파업을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타워크레인의 비용이 상승하면서 임대업계에서는 비용이 비싼 타워크레인 대신 소형크레인을 선호하게 되면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설 자리도 줄어들게 됐다. 이에 안전을 언급하면서 소형크레인이 건설업에 진입하는 것을 제한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소형크레인은 일정한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기에 진입장벽이 상당히 낮다. 그리고 소형크레인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타워크레인 노동자 입장에서는 생존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파업을 통해서 소형 크레인의 건설현장 진입을 높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핵심은 정부의 대책 마련 부재

하지만 이런 갈등이 나오게 된 원인은 정부의 대책 마련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무인타워크레인을 권장해왔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제6차 건설기술진흥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을 통해 건설자동화 기술을 2025년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무인타워크레인을 권장하게 되면서 인건비가 들지 않으면서 타워크레인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지사. 정부가 생존에 대해 별다른 대책 마련을 하지 않으면서 제2 택시업계의 파업과 비견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이 점차 발달할수록 건설기계의 자동화는 더욱 빨라지게 되고, 그에 따른 노동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