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기업들 탈중국 가속화...우리의 대책은

중국에 발 딛던 기업들, 중국을 빠져나가 자국 기업 우선주의에 외국기업 차별로 유턴법 개정안 국회 처리 시급한 상황

2020-06-07     윤인주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윤인주 기자] 기업들의 탈중국 가속화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때 기업들 사이에서 ‘엘도라도(황금의 땅)’로 인식했던 중국이지만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중국에서 벗어나고 있다. 기업들이 탈중국을 가속화하는 이유는 ‘미중 무역전쟁’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른 이유’가 있다. 우리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속속 중국을 탈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탈중국화’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 진출했던 우리 기업의 유턴을 지원해야 하고, 중국을 탈출하는 글로벌 기업의 유치에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 속속 중국 탈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중국에서 탈출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 공장에서 희망퇴직 신청서를 받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생산라인을 완전히 철수할 수도 있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중국 타이저우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던 프리미엄 냉장고 생산 물량 전량을 국내 창원 공장으로 이전했다. 현대차는 베이징 1공장 가동을 중단한 후 시설 활용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유통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마트는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백화점은 지난해 12월 톈진 동마로점에 이어 올 3월 톈진 문화중심점, 웨이하이점 등의 영업을 종료했다. 제과·음료 계열사는 공장 매각을 진행 중이다. 탈중국화는 비단 우리 기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 엡손은 2012년 3월 선전(深) 소재 손목시계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가 일본기업 3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7년 처음으로 ‘중국→일본 회귀’ 기업 수가 ‘일본→중국 진출’ 기업 수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출처=픽사베이

탈중국화, 단순히 미중 무역전쟁 때문은 아니야

이처럼 기업들의 탈중국화가 이뤄지는 이유 중 명목 상 이유는 ‘미중 무역전쟁’이다. 탈중국화를 이야기하는 기업들 상당수가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탈중국화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중국의 자국 기업 우선주의’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이지만 아직도 자국 기업 우선주의에 빠지면서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의 역차별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자국 기업에게는 여전히 특혜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각종 규제가 난무하고 있다. 한 기업의 담당자는 “중국 합자사가 부품값을 낮출 것을 요구하거나 중국 현지에서 부품을 생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빈번한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아직도 자기네들 기업을 보호해야 할 대상이고 외국기업은 탄압을 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면서 외국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시장이 활짝 열린 초창기에는 ‘엘도라도’라면서 많은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눈독을 들였지만 번번이 실패를 하고 물러나야 했다. 중국 정부의 지나친 외국기업 규제 개입 등으로 인해 사업을 원활히 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 버티고 있던 기업들도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면서 ‘이때다’ 싶어 중국을 떠나고 있다.

무역협회, 투자 유치 기회 잡아야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2일 중국에서 철수하는 기업들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협은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기업 환경 개선을 통해 중국을 떠나는 기업들을 유치하면 국내 일자리 창출과 경제 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을 탈출한 기업들이 우리나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로 진출했던 국내 기업의 96%가 한국 복귀를 희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임금에 대한 부담, 노조의 무리한 요구, 각종 규제 제도, 부족한 정부 지원 등이다. 무엇보다 유턴기업들을 위한 종합지원 대책을 내놓았어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산업부와 권칠승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유턴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탈중국화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데 아직까지 관련 법안은 낮잠을 자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