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미중 무역전쟁, 위태로운 줄타기...우리의 선택은
2020-06-10 전수용 기자
팍스아메리카 꿈꾸는 미국, 중화주의 꿈꾸는 중국
미국은 중국을 ‘팍스아메리카나’(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포함시키려고 하고 있다. 미국은 2001년 중국을 WTO에 가입시키면서 팍스아메리카 영향권에 두려고 했지만 시진핑 주석의 출현은 팍스아메리카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화주의를 바탕으로 산자이(중국어: 假冒, 병음: shānzhài) 문화가 확산됐다. 이는 위조품을 일컫는 말로 원래 뜻은 산에 목책이 둘러져 있는 곳이나 산적의 소굴을 뜻하는 말인데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위조품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진품을 뛰어넘는 것을 말한다. 중국은 산자이 문화를 통해 기술혁신을 이루고, 그런 기술 혁신이 미국의 경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2030년에는 중국의 경제가 미국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산자이 문화를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바로 화웨이다. 스마트폰에서 애플을 제치고 5G 통신장비 1위로 등극하면서 미국은 다급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미국 기업들과 거래를 금지하는 블랙리스트에 화웨이를 올리면서 구글, 퀄컴, 인텔 등은 즉각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했다. 이것은 1억명의 소비자를 확보한 유럽 시장이 봉쇄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구글과 유튜브가 안되는 스마트폰으로 유럽시장을 공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어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봉쇄 압박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영국과 일본 기업들이 빠르게 反화웨이 동맹에 동참했다.미중 무역전쟁의 접경국가로 버져...우리나라 타격
이런 무역전쟁은 미국의 경제영토와 중국의 경제영토가 만나는 접경국가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미국과 중국은 “어느나라로 붙을 것이냐”는 것을 종용하고 있다. 미국은 LG유플러스의 5G망 화웨이 장비 사용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면서 제재 동참을 우리 정부에게 요구하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5일 국내 기업인들이 모인 행사에서 “5G 통신 장비는 보안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미국 경제영토에 편입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대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 군사안보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지난 4~5일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을 불러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거래금지 조치에 협조하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미국이나 중국이나 “어느 나라에 붙을 것이냐”라는 것을 이제 강요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어느 나라를 동맹국으로 삼을 것이냐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이 전쟁에서 패배한 국가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고, 그 패배 국가의 동맹국 역시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위기는 기회로...우리에게는 어떤 기회가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인해 주춤하는 사이 우리 기업이 유럽의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던 애플로서는 이번 제재 조치로 인해 타격을 입은 반면 삼성전자는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유럽의 스마트폰 시장에 무난히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IT 산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역시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p 하락하면 우리나라는 0.5%p 하락하는 구조에서 중국의 경제성장이 위축되면 우리에게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핵심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우월한 지위 속에서 협상테이블에 임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게 된다면 미국이나 중국이나 자신들의 동맹국을 만들기 위해서 보다 우월한 조건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