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리뷰] 새해 예산 500조, 확대재정 vs 감축재정

2020-06-18     이성민 기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정부가 500조원에 육박하는 내년도 지출 계획안을 제출했다. 복지·고용분야 요구액이 크게 늘어났고, 연구개발과 국방 예산도 늘어난 반면 사회간접자본과 농림, 산업 부문 예산은 줄어들었다. 문제는 500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두고 ‘슈퍼 예산’이냐 아니냐부터 시작해서 확장재정이라면서 감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상황을 고려해서 앞으로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확대재정과 감축재정 사이에서 여론이 분분하다.

498조 7천억원의 예산

기획재정부가 집계한 각 부처가 요구한 2020년도 예산·기금 총지출 규모가 498조7000억원이다. 올해 예산이 469조 6천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6.2% 증가한 수치이고, 예산 요구 증가폭은 2018년도 6.0%, 올해 6.8%, 내년도 6.2%로 3년 연속 6%대를 기록했다. 예산은 345조7000억원으로 올해(328조9000억원)보다 5.1% 증가했고, 기금은 153조원으로 올해(140조7000억원)보다 8.7% 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보건·복지·고용으로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과 기초생활보장·기초연금 확대 등으로 올해보다 12.9% 증가한 181조 7천억원을 요구했다. 한국형 실업부조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저소득층 구직자가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정액 급여를 지급하는 고용 안전망 강화제도다. R&D 분야 요구액은 9.1% 늘어난 22조 4천억원이었고, 국방은 장병 처우개선과 방위력 개선투자 확대 등으로 8.0% 늘어난 50조 4천억원, 환경은 미세먼지 저감조치 지원을 반영해 5.4% 증가한 7조 8천억원을 요구했다. 반면 SOC와 농림·수산·식품분야는 감소했다.

아직도 배고픈 더불어민주당, 9.5% 증가해야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아직도 배가 고픈 모양이다. 예산 증가율이 6.2%가 아닌 9.5%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은 최소 올해 예산 증가율 9.5%를 감안한 수준에서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 경기 둔화 등 대외경제 불확실성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내년 예산 역시 최소한 올해 증가율 9.5% 감안한 수준에서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채무비율도 2.2%포인트 낮아진 만큼 재정 추가 투입 여력도 충분하다”면서 “당정은 세입 전망과 재정 효율화, 사회경제여건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2020년 예산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외 경제 악화 등을 고려해서 당초보다 더 적극적인 확장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생각이다.

감축재정 요구한 자유한국당

반면 자유한국당은 감축재정을 요구했다. 지난 5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방만 국정 운영이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집권세력이 내년에도 국세 수입 대비 지출이 많아 보이니 돈줄을 찾는 데 초조함을 느낀 것 같다. 결국 금기어인 세율인상이 나왔다”고 언급, 확장재정에 반대의 뜻을 보였다. 나 원내대표는 “세율 인상은 그나마 남은 성장 불씨마저 깨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세율 인상이 세수 확보를 위한 만능카드는 아니다”면서 확장재정이 아닌 감축재정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예를 들면서 법인세율을 낮춰야 경기가 살아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