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中 역할 강조한 시진핑, 판 커지는 ‘비핵화 테이블’

2020-06-21     남인영 기자
4차
[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중정상회담이 지난 20일 평양에서 열렸다. 이날 정상회담의 가장 큰 메시지는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중국이 앉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비핵화 협상 테이블은 ‘미국’과 ‘북한’이 주인공이었다. 그 사이를 우리나라가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시 주석이 ‘중국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중국이 앉겠다고 선언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러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을 강조한데 이어 중국도 자신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미국 주도의 비핵화 협상 테이블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대화하겠다는 김정은, 시진핑은 ‘역할’ 강조

이날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수확은 김 위원장이 미국과 대화를 하겠다는 뜻을 보였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년간 조선은 정세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했지만 유관국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지 못 했다”고 언급, 미국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보임으로써 그동안 막혀 있던 북미대화가 다시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북미대화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대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북한의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셜현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6자회담을 재개하자”고 제안한데 이어 시 주석은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설훈·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국회 한반도경제문화포럼이 주최한 6.15공동선언 19주년 기념 특별토론회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구조가 남북·미 3각 구도에서 남북·미·중 4각 구도로 판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통일부 장관이 지금 축사를 하고 다니는 것은 비정상이다. 지금은 축사를 하러 다니면 안 된다”며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은 허용, 경제적 영향력은 불가

시 주석의 이번 평양 방문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정치적 영향력은 허용하되 경제적 영향력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세계에 알린 형국이다. 시 주석은 “안보와 발전을 돕겠다”고 말했다. 즉,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은 확실하게 끌어내면서도 중국이 북한의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미국과 대화에 나선 북한에 대해 중국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 그 이유는 북한 내 중국의 영향력이 축소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남을 가진 것에 대해서 자신의 전용기를 내어줄 정도로 화통한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줬다고 하지만 앞으로 북한 내 중국의 영향력이 축소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한 것은 당연지사. 올해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자신의 영향력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리고 중국이 북미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힘으로써 중국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세계에 과시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을 북한에 행사하는 것은 허용하겠다는 중국의 입장을 밝혔다. 반면 중국이 북한의 경제발전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과 경제협력 교류를 활발히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번 평양 방문에 중국 기업인들을 대동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을 확실하게 구축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앞으로 미국과 중국은 북한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