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리뷰] 집배원 파업 “우리는 살고 싶다” 절규...왜???
2020-06-27 전민수 기자
93%의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
통상적으로 노조가 파업을 결정하게 되는 이유는 ‘임금 인상’이다. 하지만 우정노조의 파업은 “죽지 않기 위해서”이다. 조합원 2만 8천802명 중 2만 7천184명이 투표에 참석해 2만 5천247명, 즉 93%의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결정하게 됐다.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은 “쟁의행위 압도적 찬성 배경에는 중노동 과로로 죽어가는 집배원을 살려달라는 조합원의 열망이 그만큼 뜨겁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외침은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살게 해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집배원 25명이 과로 또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10년 동안 과로와 사고로 목숨을 잃은 집배원은 200여명에 달한다. 주 52시간 실시를 하고 있지만 집배원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집배원은 연 2천745시간을 일한다. 일반 직장인이 2천52시간인 점을 감안한다면 700여 시간을 더 혹사하는 셈이다. 우정사업본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집배원의 평균 휴가(연가) 사용 일수는 1년 중 평균 5.8일에 불과했다. 이에 우정노조는 2천여명의 집배원을 더 충원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살기 위해서 집배원이 충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 파업 찬반 투표에 참석했던 한 집배원은 “진짜 살고 싶다. 집배원이 파업을 한다고 하면 배부른 소리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절박하다. 임금 인상을 위한 파업이 아니라 살기 위한 파업이다”고 호소했다. 집배원을 증원시키고, 그에 따라 근무시간을 축소시켜달라는 이야기다. 그만큼 이들은 절박한 상황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최대한 조속히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만 내놓았다. 우정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물류 대란이 불가피한 상황인데도 일반 시민들은 집배원의 파업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집배원의 파업에 대해 찬성한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분위기는 우정 노조에게 향하고 있다.문제는 국회, 예산 증액은 실종
하지만 문제는 국회다. 지난해 우정사업본부와 노조는 집배원 2천명을 증원하는데 합의를 했지만 국회에서 예산이 책정되지 못했다. 지난해 예산 380억원을 신청했지만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위를 거치면서 이 예산이 사라진 것이다. 예산 협상 과정에서 총액 액수를 맞추기 위해 삭감됐다는 것이다. 국회가 예산을 책정해주지 않으면 집배원 증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가 다른 예산 심사에 몰두하면서 집배원 증원 예산은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으면서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이다. 결국 핵심은 국회가 집배원 증원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예산 책정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자면 정부가 집배원 증원에 대해 최대한 관심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정노조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우리의 외침을 최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또 다른 죽음을 맞이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