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정치 드라마’, 장르물로 정착되나
2020-07-04 전민수 기자
[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가뭄에 콩 나듯이 방영됐던 ‘정치 드라마’가 이제 홍수로 넘쳐나는 시대가 됐다. 지난 5월28일 종영한 KBS 2TV ‘국민 여러분!’을 시작으로 JTBC ‘보좌관’, tvN 토일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등이 잇달아 방영되면서 정치 드라마 홍수 시대에 접어들었다.
물론 과거에도 정치 드라마는 방영됐다. ‘씨티홀’(2009), ‘대물’(2010), ‘프레지던트’(2011), ‘어셈블리’(2015) 등이 그것인데 특별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 드라마가 ‘장르물’化되면서 소위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화려한 캐스팅은 물론 실제 접할 것 같은 내용을 담고 있기에 정치 드라마에 빠지는 시청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60일, 지정생존자’의 경우에는 국회의사당이 폭파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데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중 폭발물에 의한 테러가 발생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 속 야당인 ‘선진공화당’ 의원들은 테러 직전 대통령의 상대는 북한이 아니라 야당이라면서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면서 모두 살아남았다.
마치 보수야당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더욱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평가다.
‘보좌관’의 경우에는 보수 중진 의원에게 있을 법한 보좌관과 그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국회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를 좀더 자세히 알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
사실적인 캐릭터 묘사, 상황 설정 등으로 인해 극적 몰입감이 상당하다. ‘보좌관’ 작가는 이를 위해 모 국회의원실에서 한 달 동안 함께 생활을 했다는 후문도 있다.
이들 정치 드마라는 ‘여당’과 ‘야당’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끊임없는 정치적 암투 등을 그리면서 현 국회의 상황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60일, 지정생존자’는 현 정치의 주소를 묘사했다면, ‘보좌관’은 현 정치의 이면에 있는 보좌관의 생활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팬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보수야당 “웃어야 해? 울어야 해?”
거꾸로 보수야당 정치인들은 정치 드라마에 대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왜냐하면 정치 드라마에 출연하는 악인 역할 상당수가 보수 중진 의원들이라는 점이다. ‘60일, 지정생존자’의 경우에는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해서 국회 본회의에 불참한 모습이 마치 보수야당을 연상시킨다는 인터넷 여론이 있다.
‘보좌관’ 역시 악인 역할에 보수 중진 의원이 있다는 점에서 보수 야당 정치인들은 정치 드라마를 불편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물론 일각에서는 드라마는 드라마 뿐이라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 드라마가 장르로 고착화된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치 드라마가 나올 것이고, 그때마다 악인 역할은 보수 정치인으로 묘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치 드라마가 정치 혐오를 부추길 수도 있다. 악인은 더욱 악인으로 묘사하고, 그에 반하는 주인공은 더욱 선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게 된다면 그에 따른 정치 혐오도 상당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