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리뷰] 악화된 한일관계, 팔 걷어부친 문재인 대통령
2020-07-09 이정우 기자
일본에 경고장 날린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국의 기업들에게 피해가 실제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를 향해 보다 구체적인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문 대통령은 “저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의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일본 측이 3대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공식 발표했을 때에도 문 대통령은 말을 아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 말을 아꼈다. 하지만 더 이상 소극적으로 나갈 경우 우리 기업에게 상당한 피해가 우려되기에 문 대통령이 직접 일본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일본에 경고장을 날린 이유는 WTO 제소 등을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한일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일관계가 더 악화되기 전에 일본 스스로 규제 철회를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판단한 문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서 만약 철회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보다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문 대통령이 차분한 대응을 당부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일단 일본의 규제 철회를 기다리면서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대외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철회돼야 한다”며 “우리나라 기업은 물론 일본기업, 나아가 글로벌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지난주 일본 측이 우리의 양자협의 요청에 대해 당장 응하기는 어렵지만 만날 의사는 표명했다”며 “양국 간 만남의 시기와 참석자, 의제 등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본 정부와 만나서 대화를 나누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철회를 하기 위해서는 만나서 설득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을 최대한 설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철회를 할 의사가 없다면 그때가서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이날 문 대통령이 보여준 것이다.우리 기업 지원 아끼지 않는 문 대통령
바깥으로는 일본을 향해서는 보다 강한 메시지를 날리면서 안으로는 우리 기업들을 만나 다독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제조업의 근간인 핵심 부품과 소재, 장비를 상당 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그로 인해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고 대외요인에 취약하다는 약점”이라면서 “정부는 부품·소재·장비산업 육성을 국가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예산·세제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하여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5대 기업 총수들과 만남을 갖고 일본 무역 보복에 대한 논의를 하기로 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일본 무역 보복에 대한 우리 기업에게는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국회에서도 바쁜 움직임
국회에서도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무역보복 소식이 들린 초창기에만 해도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무능이라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지만 최근 여론이 우리 정부는 공격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대신 국회 차원에서의 대응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8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3당 원내대표가 회동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는 국회 차원에서 방일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아울러 무역 보복에 대한 일본 규탄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이 처음에는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지만 오히려 역풍이 되면서 보다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