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北 노골적 무력시위, 노림수 ‘셋’

2020-07-26     남인영 기자
김정은
[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북한이 지난 25일 새벽 원산만 앞바다를 향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등은 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26일 관영매체를 통해 “남조선 지역에 첨단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남조선 군부호전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이라고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정했다. 겉으로는 우리 정부를 향한 비판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행간에 읽히는 것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노림수 1. 내부 불만 잠재우기

가장 큰 요소는 북한 내부 불만 잠재우기 위한 용도가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번 발사를 ‘훈련’이 아닌 ‘무력시위’라고 표현한 것은 최근의 정황을 살펴볼 때 이례적이다. 노골적으로 ‘무력시위’라고 표현한 것 역시 북한 내부 군부의 강경파를 달래기 위한 용도라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곧 재개할 뜻을 보였다. 그런데 다음달 한미양군군사훈련이 예정되면서 군부 내 강경파는 김 위원장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즉, 평화의 손을 미국에게 내밀었지만 온 것은 ‘군사훈련’이라는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담을 가능성이 있기에 김 위원장으로서는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력시위’라는 표현은 그렇기 때문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림수 2. 한미군사훈련 중단

결국 핵심은 한미군사훈련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이 조만간 개최되는 상황에서 한미군사훈련은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실무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도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해야 북한으로서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실무협상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한미군사훈련 중단 약속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받아내기 위해서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번 무력시위를 남조선 군부호전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노림수 3. 우리 측 배제한 북미대화

또 다른 노림수는 우리 측을 배제한 북미대화를 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자들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 공격형 무기반입과 합동 군사연습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노골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아직도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결렬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에서 상당한 결실을 맺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지만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하고 결렬된 것이다. 이에 이번에 북한은 우리 정부를 거치지 않고 미국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차원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