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변화하는 일본 언론, 아베의 선택은

2020-07-31     남인영 기자
아베
[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일본 수출규제 조치 반발에 따른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바다 건너 일본에게도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언론의 태도 변화가 눈에 띄고 있다. 지난주 일본을 찾았던 우리 정부 고위 관료가 일본의 반응에 대해 “이게 뭔가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 역시 이게 뭔가 하는 분위기다. 일본 언론들이 매일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또한 중소도시 지역 신문들 역시 한국 관광객의 급감 소식을 심각하게 싣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미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에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철회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불매운동 성공 못했다던 일본 언론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지난 8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 사와다 가쓰미 외신부장은 칼럼을 통해 우리나라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지난 25년간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면서 냉소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유니클로 일본본사 재무담당 임원은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물론 이로 인해 유니클로는 두 번이나 사과를 해야 했다. 이처럼 불매운동 초창기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일본 언론들의 반응이 확연히 달라졌다. 아사히신문은 30일자에서 불매운동을 크게 다뤘다. 아사히신문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정부간 갈등속에서 경제와 문화, 스포츠 영역에도 악영향이 파급되고 있다”면서 비중 있게 다뤘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불매운동에 대해 크게 다뤘다. 지난 29일 TBS의 인기 프로그램인 ‘히루오비’는 지난 주말 한국에서 열린 ‘NO 아베’ 촛불집회의 모습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패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인데 아베 총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우리나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 사람들 중심으로 수출규제 조치를 추진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 일본 내부에서도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

자존심 싸움이 된 아베

하지만 아베 총리가 이를 철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본 언론은 오는 8월 2일 각의에서 화이트리스 배제를 결정할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아베 총리도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이미 자존심 싸움이 됐기 때문에 철회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아베 총리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도 상당하다. 앞서 언급한대로 자국 내에서 우리나라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한달 전만해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던 언론들이 불매운동의 심각성을 다루기 시작했다는 것은 일본 민심의 변화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또 다른 어려움은 미국이 점차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3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국의 고위 당국자는 “무역을 포함한 관련 문제에 대한 협상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을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한일 갈등에 대해서 방관자 역할을 하던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미국 기업들 역시 일본 정부에게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는 문서를 전달하는 등 미국의 개입이 아베 총리에게는 상당한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되고, 특히 일본여행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 중소도시의 경제가 무너지게 되면서 아베 총리의 지지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국제 전문가는 “아베 총리가 자존심 싸움 때문에 끝까지 유지하려고 하지만 이미 정치적으로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버티면 버틸수록 아베 총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