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리뷰]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 무기력한 국회
[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일본이 2일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 국가 목록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단행했지만 우리 국회는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국회는 전날 본회의를 열어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는 예산을 담은 추가경정예산과 일본 경제보복 철회 촉구 결의안 등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여야의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본회의를 열지 못했다.
이에 여야는 2일 오전 9시 본회의를 열어 두 가지 사안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또 다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2일 오후 1시까지 본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다.
음주 예산심사 논란까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등 사실상 경제전쟁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음주 예산심사’ 논란에 빠졌다.
1일 저녁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김재원 위원장은 음주 예산심사 논란에 휩싸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횡설수설하거나 비틸거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술냄새를 풍겼다.
이에 기자들은 김 위원장이 음주한 사실을 감지했다. 이후 김 위원장의 음주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면서 술 취한 사람에게 추경안을 맡길 수 없다면서 예결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라는 목소리가 빠르게 전파됐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 다음날인 2일 아베 총리가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시점에서 한가롭게 술을 마셨다는 점에서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다.
일본은 빠르게 움직이는데 우리 국회는 한가롭게 정쟁 노름만
문제는 일본은 빠르게 우리나라를 압박해 오고 있는데 우리 국회는 한가롭게 정쟁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핵심은 국채 발행이다. 자유한국당은 국채 발행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아직까지 우리 재정은 국채를 감당할 수 있다면서 원안 그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국회가 일본의 경제보복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예산과 각종 법안을 빠르게 처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쟁에 빠지면서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이날 추경과 일본 규탄 결의안을 채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언제 본회의가 열릴지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빨라도 이날 밤 11시나 돼야 본회의가 열릴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국회가 정쟁으로 인해 규탄 결의안도 제대로 채택하지 못하면서 일본이 우리를 너무 얕잡아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로 인해 국회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외적이 쳐들어 오고 있는데도 여야는 자당의 입장에만 매몰되면서 사실상 외적에게 ‘길을 내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20대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과격한 반응도 나온다. 국회가 국민을 위해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다면 그 국회는 해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추경이나 일본 규탄 결의안에 발목을 잡고 있는 20대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청원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빚내서 추경을 했느냐 안했느냐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발표하면서 화가 나있고, 국회가 그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을 하기를 원하고 있는데 국회가 제대로 해주지 못하면서 더욱 화가 나있다. 여야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