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삼성전자의 ‘탈(脫) 일본’, 일본은 최대 거래처 잃었다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 공정에 들어가는 일본산 소재를 국내산이나 다른 제3국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졌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생산 공정에서 탈일본을 확립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일본 수출규제 조치를 통해 깨달은 것은 수입선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경영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수입선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반도체 수출(일본 입장에서)의 최대 거래처를 잃어버렸다.
탈일본 생산 원칙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220여 가지 일본산 소재와 화학약품을 다른 나라 제품으로 대체하기로 하고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TF팀은 국내 반도체 소재 생산 업체나 해외 기업 등을 접촉해 삼성전자 생산라인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탈일본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그리고 일부 업체는 진행이 상당히 진척됐고, 테스트 단계에 돌입했을 뿐만 아니라 이달 말이면 테스트가 끝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삼성전자가 일본 수출규제 보복 조치로 인해 수입선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정치적 외풍에 의해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판단, 일본에 의존하던 반도체 부품소재를 다변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수출규제 조치 이후 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설득작업을 했지만 설득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 탈일본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품 소재를 완전히 교체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1년 정도 시간은 상당한 고통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큰 거래처 잃어버린 일본, 반도체 산업 붕괴 우려
이처럼 삼성전자가 탈일본을 이야기하면서 일본 내부에서도 반도체 산업의 붕괴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일본 반도체 부품산업의 큰 거래처인 삼성전자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부품 소재 분야 적자 규모가 90조원 가량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 99억 달러 가운데 소재·부품 분야가 2/3를 차지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산업은 일본 반도체 부품소재 산업에 주요 고객 중 하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탈일본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 주요 거래처를 일본은 잃어버린 셈이다.
아사히 신문은 “향후 한국의 기술 개발과 거래처 다변화가 진행되면 일본 우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일본상공회의소 회장도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내놓자 “오히려 일본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반도체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내용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탈일본’을 선언하게 된다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안에 일본 반도체 부품 소재 산업은 붕괴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일본은 제조업 산업이 붕괴된 상태다. 부품 소재 산업에서는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나머지 산업에서는 우위가 상당히 떨어지면서 제조업 산업이 붕괴됐다는 평가다.
그런데 부품 소재 산업에서도 최대 거래처를 잃어버리게 되다면 일본 제조업은 사실상 붕괴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뼈 아픈 실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