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 넘은 인사검증, 인격은 지켜줘야

2020-08-19     파이낸셜리뷰
[파이낸셜리뷰]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의 인사청문회가 점점 뜨거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2기를 책임진 후보자들이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은 필요하다. 하지만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 검증을 넘어 다소 과도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특히 후보자 가족들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 의혹이 인격 모독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다. 엄연한 사실을 갖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가 이뤄지면서 후보자 가족들이 ‘사생활도 있다’면서 호소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 지금은 장관이 됐지만 당시 모 후보자의 유방암 수술 기록까지 자료를 요청하면서 장관 수행 능력과 유방암 수술 전력이 무슨 상관이 있냐는 여론의 질타도 있었다. 후보자에 대한 도덕적 검증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지만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를 통해 후보자 가족들이 고통을 받는 것은 인격침해라고 할 수 있다. 후보자에게 필요한 것은 후보자가 장관으로서 수행하는데 적합한 인물이냐 여부인데도 불구하고 장관 후보자 가족들의 신상까지 탈탈 털어가면서 도덕성 검증을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조선시대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세종대왕 시절 명재상 황희 정승도 도덕적 흠결은 많은 사람이었다. 우리가 청백리로 알고 있었던 인물이었지만 사실은 청렴하지도 도덕적으로 깨끗하지도 않았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역사에 길이 남은 명재상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도덕적 검증을 철저하게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후보자 가족들의 인격 침해까지 가하면서 인사청문을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지 후보자 가족들에 대한 도덕적 인격 말살이 아니다. 더욱이 한 후보자의 동생 전처는 기자들이 자꾸 찾아와서 질문을 하는 바람에 아이에게도 피해가 간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식의 도덕적 검증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명확한 물증이 있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라면 모를까 단순한 의혹으로 후보자 가족들까지 탈탈 털어버리는 인사청문회는 지양해야 한다. 인사청문회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후보자 검증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까지 검증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