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뷰] 내년도 예산안 500조원 시대...日 보복에 미래먹거리 발굴

2020-08-29     이성민 기자
홍남기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내년도 예산안이 5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어 올해 본예산 469조 6천억원보다 43조 9천억원(9.3%) 증가한 513조 5천억원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 확정했다. 이는 재정확대를 통해서 경제활력을 극대화해서 경제성장을 이뤄내고, 그로 인해 세수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특히 일본 무역보복에 따른 우리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한다는 점에서 이번 예산안의 특징을 보여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산업과 관련된 곳의 예산이 천문학적으로 증액된 점을 보면 내년도 예산안이 어디에 치중돼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극일(克日) 위해 산업부 23% 확대 편성

일본 무역보복과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환경 악화로 인해 내년도 예산안은 주로 산업정책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산업정책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올해보다 23% 증액된 예산이 편성된 점이 바로 그것이다. 내년도 예산은 9조 4천60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3%(1조 8천억원) 증액됐다. 2013년 산업부 설립 이후 역대 최대의 예산 증액이다. 산업부 예산이 증액됐다는 것은 소재·부품·장비 등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아울러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기업 지원 정책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 예산은 올해 2조 766억원에서 내년도 37.8% 증액된 2조 8천618억원이다. 특히 소재·부품·장미 예산은 1조2716억원으로 전년보다 89.8% 대폭 증액됐다. 무엇보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분야에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시스템 반도체는 2배 이상 늘어난 1천96억원, 바이오헬스 역시 2배 증액된 1천509억원, 미래차는 2천165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수출 확대를 위해 1조 730억원을 편성했는데 전녀 동기(6천876억원) 대비 56.1% 증액됐다. 원전해체 기술 등 원전 생태계을 유지하기 위한 예산도 884억원(작년 728억원)으로 편성됐다.

중소기업 역시 13조원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정책을 수행하는 정부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도 있다. 중기부에는 13조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이는 올해 10조 2천664억원보다 3조 2천231억원(31.4%) 늘어난 예산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핵심은 창업·벤처기업의 성장을 돕는데 있다. 벤처 창업을 늘리기 위한 모태펀드 출자예산을 올해 2400억원에서 내년 1조원으로 증액했다. 사내벤처 프로그램 예산도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두배 늘렸다. 민간에서 검증된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예비 유니콘 육성 사업’에도 120억원을 새로 편성했다. 데이터 기반시설 구축 등 제조업 혁신과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도 대폭 늘려 올해 3천125억원이었던 스마트 공장 보급 예산을 4천150억원으로 증액했다. 일본 소재·부품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2천586억원을 편성했다. 중소기업 관련 기술혁신을 위한 R&D에 1186억원을 반영했으며 소재부품장비 전용펀드 예산도 신설(600억원)했다.
홍남기

확장적 재정 정책 구사

새해 예산안의 또 다른 특징은 확장적 재정 정책이 반영됐다는 점이다. 500조원이라는 예산이 편성된 것은 선순환 구조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뤄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반영된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0년 예산안은 경제활력 회복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담아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확장적 기조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대내외적으로 위험 요인이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확장적 재정으로 인한 재정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2조 1천억원으로 올해(37조 6천억)보다 34조 5천억원가량 급증하고, 국가채무는 올해 740조 8천억원에서 내년에는 805조 5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면서 재정건전성 관리에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산안이 500조원 시대를 넘은데 이어 2023년에는 6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의 재정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적자가 늘어나게 된다면 결국 그 빚은 후손이 지고 안아야 하는 채무이기 때문에 후손을 위해서라도 재정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