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리뷰] 차례 지내지 않는 추석 풍습 늘어나

2020-09-10     전민수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추석이 다가오면 부부싸움이 증가한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하루 평균 298건의 이혼신청이 접수됐는데 설날과 추석 전후 10일간 하루 평균 약 577건으로 2배 정도 늘어난다. 그만큼 명절 전후로 부부싸움이 잦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부싸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차례’라고 할 수 있다. 매년 명절이 다가오면 ‘차례문화’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간소한 차례’를 희망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차례·제사 문화 계승 13.0%

한국노총이 조합원 6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차례나 제사문화를 계승하자는 응답은 13.0%이고, 간편하게 바꿔야 한다는 응답은 62.0%로 나타났다. 그만큼 차례문화가 상당한 스트레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본인 사후에 남은 가족이 제사를 지내기 바라는 응답은 53.5%이다. 즉, 차례나 제사문화를 계승하자는 응답이 적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제사상을 받기를 바라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제사 및 차례 문화가 간편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설날이나 추석 때 지내는 차례가 성리학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상당히 많이 다르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원래 차례(茶禮)는 말 그대로 ‘차를 올리는 예’이다. 불교문화가 자리잡았던 고려시대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주자가례 등에서 ‘차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시 말하면 ‘차례’는 성리학에서 나온 예법이 아니라 우리나라 고유의 예법인데 실제로 조상들에게 차를 올리는 것이지 제사를 지내는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차례와 제사는 다르다

차례는 ‘제사’와 달리 간편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선조들은 명절 아침 조상에 차례를 올리고 성묘를 했다. 다시 말하면 차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묘가 중요했기 때문에 차례는 간편하게 올렸다. 차례는 ‘차’와 더불어 그해 생산되는 ‘과일’을 조상에게 바쳤다. 즉, 과도한 음식을 올린 것이 아니라 떡국과 과일 그리고 녹차만 올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제사와 ‘차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차례상 규칙은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것은 동쪽 흰 것은 서쪽), 조율이시(棗栗梨枾·왼쪽부터 대추·밤·배·감) 등은 유교 경전에 없는 규칙이다. 출처로 이야기가 오가는 내용은 1960년대 정부에서 만든 ‘가정의례준칙’인데 이 준칙은 지방의 여러 종갓집에서 제사상을 차리는 방법을 종합해 만든 준칙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차례상 규칙은 ‘제사상’ 규칙이며 유교 경전에도 나오지 않은 준칙이다. 중국 예법서인 ‘예서(禮書)’에서도 제사상은 구할 수 있는 간단한 채소나 과일을 준비하라는 것일 뿐 따로 법칙이 없다.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 역시 선조가 좋아했던 음식을 중심으로 올리는 것으로 돼있다. 만약 돌아가신 부모님이 파인애플을 좋아하면 파인애플을 제사상에 올려도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화려한 차례상은 사실상 잘못된 집안 뿌리 찾기 문화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전통적인 유교 집안의 차례상을 살펴보면 화려하지 않다. 또한 전통적인 유교 집안은 차례상 준비를 남성이 한다. 따라서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 역시 남성이 만드는 것이 정통 유학자 집안의 풍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