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개혁 촛불집회,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2020-09-30 파이낸셜리뷰
[파이낸셜리뷰] 검찰개혁 촛불집회와 맞불집회가 지난 주말 대검찰청에서 벌어졌다. 검찰개혁 촛불집회의 참가자 숫자를 두고 혹자는 ‘200만명’이 모였다고 하고, 혹자는 ‘5만명’도 안되는 숫자라면서 그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또한 일부 정치인은 참석자를 ‘정신 나간 사람’ 혹은 ‘좌좀(좌파 좀비)’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사실 검찰개혁 촛불집회나 맞불집회 모두 숫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 속에 담겨진 의미를 정치권은 새겨야 한다.
집회와 시위를 한다는 것은 누군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나서서 의사표현을 한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을 열망해서 촛불집회를 했든,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맞불집회를 했든 결국 자신의 의사표시를 행동으로 옮긴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곧 정치권 특히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치가 여야 정쟁으로 매몰되면서 민생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다보니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문제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정치권 스스로 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 정당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런 것이 악순환되면서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어렵게 되는 것이다.
만약 정치권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과연 국민은 촛불을 들려고 했을까라고 반문해 본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답답한 마음에 결국 촛불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간접민주주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직접민주주의를 구사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200만명이 모였다고 좋아할 필요도 없고, 그 참석자의 숫자를 축소한다고 해도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왜 촛불을 들었는지 정치권 스스로 자각을 해야 한다. 국회가 위기라는 것을 느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국민이 촛불을 든 것에 고무적인 분위기를 보인다거나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고 한다면 그 촛불은 서초동이 아니라 여의도에서 타오를 수도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그 ‘의미’다. 그것을 읽지 못하면 정치권의 미래는 밝지 못하고, 촛불의 대상이 검찰에서 국회로 옮겨 붙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