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트럼프 “미중 무역합의” 발표에도 국제사회 ‘시큰둥’

2020-11-01     남인영 기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중 무역합의에 서명할 것이고 서명을 위한 새 장소도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국제사회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특히 당사자인 중국에서도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에 대해 국제사회가 큰 신뢰를 갖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합의문에 서명을 하기 전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어떤 미사여구도 ‘신뢰’를 담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협상 전에는 마치 엄청난 내용을 합의할 것처럼 부풀려 이야기를 했지만 정작 협상에서는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는 등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곧 합의한다는 트럼프, 중국은 냉랭한 반응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칠레 APEC 정상회의 취소 후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위한 새 장소를 찾는데 협력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장소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칠레가 시위로 몸살을 앓으면서 APEC 정상회의 취소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각국 정상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APEC 정상회의에서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장소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무역협상이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무역협상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것을 피력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관리들이 1단계 합의 이후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최종 합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 보도가 나간 이후 미국 증시는 폭락을 했다. 미국 증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기 보다는 중국 관료를 더 신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양치기 소년’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협상 전에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마치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비쳤지만 막상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협상이 깨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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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이 된 트럼프

특히 북한과의 협상이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협상하기 전에는 마치 내일이라도 엄청난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내비쳤지만 실제 협상 이후에는 그 의미가 엄청나게 축소되거나 번복되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회담 역시 엄청난 내용의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야기를 했지만 막상 회담은 ‘만남’ 수준으로 그쳤다. 하노이 회담은 엄청난 합의가 이뤄지는 것처럼 주장했다가 회담이 결렬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전략은 협상 때마다 이뤄졌다. 협상 전에는 마치 엄청난 것처럼 이야기를 하면서 막상 협상에 임할 때에는 엉뚱한 면을 발휘해왔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70조원 등을 흘리면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이 오히려 국제사회에서는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업과 기업 간의 협상에서도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는데 하물며 국가와 국가 간의 협상에서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에는 ‘우선 과장된 언행’이 동반되고, 그에 따른 ‘협상’이 된다. 그런 협상 전략이 이제는 모든 사람이 알게 되면서 통하지 않는 전략이 됐다.

북한, 연말까지 내놓으라 미국 압박

북한 역시 그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방사포를 발사한 것도 미국을 향해서 연말까지 북미대화의 내용을 내놓으라는 일종의 압박으로 해석된다.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향해 비핵화를 하면 경제 재제를 해제하는 등 경제적 보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에게 경제적 보상이 아닌 체제 안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체제 안정에 대한 대안을 연말까지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런 압박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잘 지내고 있고, 김정은 위원장과는 좋은 친구다는 식의 미사여구를 사용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