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리뷰]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앞두고 전운 고조

2020-12-11     이정우 기자
문희상
[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512조 3천억원의 새해 예산안이 10일 밤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0일은 그야말로 긴박의 연속이었다. 지난 9일 자유한국당은 심재철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했고, 이날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만나 정기국회 내에 패스트트랙 법안을 상정하지 않는 대신 필리버스터를 자유한국당은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자유한국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예산안을 합의해주지 않으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자유한국당 뜻대로 예산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4+1 예산안 거부한 자유한국당

이는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대안신당)가 만든 512조 3천억원의 예산안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당초 14조원을 삭감한 500조원 정도의 예산안을 제시했다. 이것을 관철시키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과 ‘필리버스터’를 연계시킨 자유한국당의 태도에 분노를 했다. 그 분노는 10일까지 이어졌다. 이날 오전에는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어린이안전법 등 민생법안 처리를 하는 대신 오후에는 예산안 처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만남을 갖고 예산안을 합의하고자 했지만 이날 저녁 때까지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서 이날 저녁 8시 50분 결국 4+1 협의체가 만든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정시한(12월 2일)을 훌쩍 넘긴 것은 물론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가장 늦게 처리한 예산안이다. 더욱이 원내교섭단체가 배제된 예산안이라는 점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과 ‘변화와 혁신’(변혁)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이날 처리를 하지 않으면 내년도 예산 집행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서 결국 통과를 시켰다.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정치적 협상 출발

이날 예산안을 처리했다는 것은 단순히 예산안 처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정치적 협상이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옛말에도 한번 도둑질하는 것이 힘들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한번 시작하는 것이 힘들 뿐이지 한번 하고 나면 계속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예산안을 처리했기 때문에 4+1 공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무엇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에 이들의 공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고, 이날 10시 본회의가 열린다. 이 본회의에서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유치원 3법 등이 있다. 이 모두가 자유한국당은 반대하는 법안이고, 지난 4월에는 육탄 저지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고, 현재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은

이 법안들이 11일 본회의에 상정되기로 예정되면서 자유한국당은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우선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은 ‘필리버스터’ 혹은 ‘육탄저지’다. 육탄저지의 경우 이미 지난 4월 물리적 충돌로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수사 선상에 놓여 있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필리버스터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만약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시행한다면 12월 임시국회 문을 닫고 다시 임시국회 문을 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하나의 회기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다음 임시국회에서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구사할 수 있는 또 다른 전략은 ‘의원 총사퇴’이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원 총사퇴는 명분이 약하다는 평가다.

내년 총선, 정권심판론 vs 야당심판론

이번 필리버스터 정국은 내년 총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은 계속해서 ‘좌파독재’를 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내년 총선에서는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이 충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인해 민심은 이제 이 두 가지 프레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