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시사 인문학 365일] 12월 17일 영적 치매

2020-12-17     김진혁

이제사 나는 눈을 뜬다.

마음의 눈을 뜬다.

달라진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이제까지 그 모습 그대로의 만물이

(중략)

새롭고 신기하고 오묘하기 그지없다.

- 구상의 ‘마음의 눈을 뜨니’ 중에서 -

[파이낸셜리뷰] 자연의 법칙을 우연함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완벽하고 오묘한 진리가 숨어있다. 버트란트 러셀은 “나는 왜 크리스천이 아닌가”에서 신의 존재를 믿지 못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든다. 첫째는 신의 존재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창조주가 세상을 창조했다면 그 창조주는 누가 창조했는가라는 의문을 풀 수 없다고 한다. 둘째 그리스도가 현명하지 않다고 믿는 것은 세상의 악이 지배해도 신이 그대로 두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믿음의 눈으로 볼 때 신은 모호한 개념이 아닌 구체적이고 현재도 살아있는 분이시다. 또한 자연을 통해, 고통을 통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다. 문제는 게으르고 편협한 생각의 결과가 영적 치매의 어리석음으로 치닫지 않았으면 한다. 마음의 눈을 뜨고 원수를 사랑하고 겸손의 손에 내밀 때 영적 각성을 하게 된다. 치매에 가장 걸리지 않는 직업군이 예술가라고 한다. 그 이유는 손을 많이 쓰는 이유도 있지만 예술이 영혼을 살찌우기 때문이다. 세상의 천년이 이생의 하루와도 같다고 한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었지만 건강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베토벤의 하일리겐슈타트 유언장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다른 이의 귀에는 양치기의 노랫소리가 들리는데 / 내겐 전혀 들리지 않았을 때의 그 굴욕감! 이러한 일들이 나를 절망의 벼랑으로 몰아갔다. / 조금만 더 밀렸어도 하마터면 내 인생에 종지부를 찍었을 터이나 / 그런 나를 말린 것은 예술, 오로지 그것이었다. ”

오늘의 역사: 베토벤(Beethoven, Ludwig van , 1770~1827) 태어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으며 독일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전환기를 장식한 음악 천재, 베토벤은 하이든과 모차르트에 의해 완성된 고전주의 음악을 마지막으로 꽃피우고 새롭게 낭만주의 음악의 장을 연 독일의 작곡가. 궁정 음악가였던 아버지는 그를 음악 신동으로 키우기 위해 어릴 적부터 가혹하게 훈련시켰음. 1800년 이후 치명적인 청각 장애의 징후가 나타났고 결국 1819년경에는 청각을 완전히 잃었으며, 한때 장애를 비관해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예술에 대한 열망으로 이를 극복하고 작곡활동에 전념했음. 교향곡 9번 '합창(Choral)', '장엄 미사(Missa Solemnis)'처럼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들 중 일부는 그가 완전히 청각을 잃었던 시기에 나왔음. 베토벤은 음악 형식면에서 전통적인 소나타 교향곡 등을 개혁하고 확장했을 뿐 아니라 후원인의 기호나 요청에 맞추어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차원을 넘어서서,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는 예술가로서의 작곡가 상(像)을 구현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