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배달의민족-DH 합병, 현대기아차와 ‘닮은 꼴’???

2021-01-06     채혜린 기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 ‘배달통’ 등을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인수합병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계속해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이 하나의 회사로 합병된다면 배달앱 시장 90% 정도를 독점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연간 8조원 매출의 시장이 하나의 회사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 우아한형제들이나 딜리버리히어로 모두 합병을 하더라도 별도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현대기아자동차의 선례가 있기 때문에 그 선례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현대·기아차, 합병 후 별도 운영 그럼에도 독과점 논란 끊이지 않아

1998년 전까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별개의 법인으로 독립된 운영을 해왔다. 하지만 1998년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면서 합병을 했고, 현재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됐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의 80%는 현대기아차가 생산한 자동차이다. 주요 자동차 시장 가운데 특정 회사가 이같은 점유율을 보이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싼타페, 쏘나타, 그랜저 등 주력차종의 월간 판매량이 다른 완성차업체의 총 판매량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일부 시민단체들은 현대기아차가 자동차시장을 독과점하면서 자동차 가격이 상승하게 됐다는 지적을 해왔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그리고 배달통이 하나의 회사로 통합을 하게 된다면 현대기아차와 같이 우리나라 배달앱 시장은 하나의 회사가 독과점을 하는 형태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는 것과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즉, 배달앱 시장의 통합이 현대기아차 통합과는 닮았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시선이다.
더불어민주당

배달앱 통합 현대기아차 통합과 다른 점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배달앱 회사들의 통합과 현대기아차의 통합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199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기아차 통합을 허용한 이유는 IMF 외환위기 직후의 특수한 경우였기 때문이다. 기아치는 당시 자본잠식 상태로 법정 관리 상태였고, 매각을 위한 2차례 해외입찰이 모두 유찰됐다. 공정거래법 제7조를 보면 경쟁제한성이 있더라도 회생불가능한 기업일 경우 예외로 허용하는데 기아차가 이에 적용되는 사례다. 반면 우아한형제들은 자본잠식 상태가 아니고, 해외입찰이 유찰되지도 않았다. 이런 의미로 배달앱 회사들의 통합은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에 대해 공정위가 불허 방침을 내린 것과 맥락이 닿아있다는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기아차의 합병을 독과점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허용했는데 그 이유는 기아차가 주인을 잃고 헤맸기 때문이다. 반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은 그야말로 독과점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불허방침을 내린 것이다. 이에 공정위가 배달앱 회사들의 기업결합 심사에 있어서 불허 방침을 내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을 불허했을 때 그 사유가 23개 지역 유료방송시장 및 이동통신시장에서 경쟁압력이 크게 감소하고, 결합당사회사들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됨으로써 동 시장에서의 독과점적 구조가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배달앱 회사들의 통합 역시 독과점적 구조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불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 회사들의 통합은 현대기아차의 통합보다는 오히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통합 시도가 더 비슷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