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깃발 올린 反조원태 연합군, 대한항공의 운명은

2021-01-17     채혜린 기자
조원태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엎친데 겹친 상황이 벌어졌다. 교육부가 조 회장의 인하대학교 졸업을 취소해야 한다는 처분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로 인해 고졸 출신 회장이 됐다. 게다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 회장을 공개 저격한데 이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연대 가능성까지 이야기가 나오면서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연 경영권을 무사히 방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反조원태 깃발이 올라지면서 연합군이 형성돼 있는데 조 회장 역시 연합군을 만들어 대항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고졸 출신 회장이 된 조원태

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조 회장의 인하대 학사학위 취소 처분에 대해 인하대 법인인 정석인하학원이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심판에 원고 청구 기각 결정을 내렸다. 조 회장이 1998년 인하대 3학년에 편입할 자격이 없는데도 학교 측이 편입을 승인했고, 2018년 7월 교육부는 이 점을 문제 제기하면서 조 회장의 학위를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인하대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지난해 1월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기각 결정이 이뤄지면서 인하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지만 조 회장이 고졸 출신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물론 고졸 출신이라는 점이 회장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이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에 대해 인하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티아대 경영학 석사를 받은 재원이라면서 경영 전문 지식을 갖췄다고 소개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졸 출신 회장이 됐기 때문에 경영 능력을 의심하는 일부 주주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고, 조 회장은 자신의 경영 능력을 주주총회 이전까지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反조원태 연합군 결성하는 조현아

여기에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칼 외부 세력과 접촉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모친 이명희 고문의 한진칼 지분율은 5~6%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세력과 손을 잡게 된다면 조 회장의 입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조현아 전 부사장은 최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3대 주주 반도건설과 3자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세 명이 만났다는 것은 경영권 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그리고 반도건설이 조 회장 반대표를 던질 경우 조 회장의 입지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이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자신의 법률 대리인을 통해 조 회장 체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기를 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2대 주주와 3대 주주를 만났다는 것은 反조원태 연합군을 결성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反조원태 연합군의 성공 가능성은

이에 조 회장은 자신의 우군을 만들어 주주총회에 대비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우호지분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의 싸움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反조원태 연합군이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회장을 당장 끌어내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이후 누구를 회장으로 앉힐 것이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땅콩회항 문제에, 조현민 전무는 물컵 갑질에, 이명희 고문은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나마 조 회장이 각종 구설수에 오르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조 회장을 그냥 계속 회장직에 유지시키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反조원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 후속 대책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에 反조원태 연합군이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KCGI는 가급적 한진 일가에 깊숙이 개입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 같고, 반도건설은 故 조양호 회장과의 친분 때문에 오히려 조 회장의 우호지분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