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그리고 박지원의 ‘허생전’
2021-02-03 파이낸셜리뷰
[파이낸셜리뷰] 연암 박지원 선생의 작품 ‘허생전’이 있다. 허생은 가난한 선비였지만 부자 변씨에게서 만냥을 빌려 자세에 필요한 과일을 모두 사서 나중에 비싼 값으로 팔아버리는 매점매석을 한다.
박지원 선생은 허생전을 통해 조선시대의 취약한 경제구조를 비판했다. 하지만 현대에도 그런 허생이 있다는 것이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마스크가 곳곳에서 동이 났다.
마스크 제조업체 ‘웰킵스’의 박종한 대표는 “국가적 재난, 재난 상황을 이용해서 폭리를 취하는 행위. 이거 정말 옛날 같으면 정말 능지처참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때 웰킵스의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 웰킵스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1원도 올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중간유통과정에서 폭리가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생이 제사가 가까워지자 과일을 매점매석하면서 폭리를 취했던 것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발생하면서 중간유통과정에서 폭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마스크 등의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고시를 이달 초까지 제정하고 폭리를 목적으로 물품을 매점하거나 판매할 경우 엄정 조치를 취하기로 했고, 이를 위반하면 시정 또는 중지명령이 내려지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처벌 수위가 매우 약하다는 비판이 있다. 매점매석을 해서 폭리를 취했는데 벌금 5천만원이면 상당히 약하다는 것이다.
매점매석을 했을 경우 벌금은 최소한 폭리를 취한 금액의 2배 이상 물어야 하며, 제조 정지 시키거나 판매자의 판매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유독 중간유통업계의 폭리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산지 배추 가격이 폭락을 해도 소비자들은 오히려 가격이 상승한 배추를 구입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간 유통 과정에서 폭리를 취한 것이다. 허생은 도둑들을 아무도 살지 않는 섬으로 데려가서 농사를 지으며 정착하도록 했고, 여기에서 거둔 곡식을 일본에 팔아 백만냥이 넘는 돈을 벌게 됐다.
하지만 허생은 섬을 떠나며 자신이 벌었던 돈을 모두 바다에 던지면서 “돈은 많으면 약이 아니라 독”이라는 말을 남겼다.
조선시대 매점매석으로 인한 취약한 경제구조를 꼬집은 허생전이 오늘날 우리에게 공감이 가는 소설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나라의 위기 속에서도 폭리를 취한 중간유통 과정 때문이 아닐까는 생각이 든다.